올해 첫 4일간 신흥국서 20건, 244억 달러 거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미국 금리 인하 조짐에 투자 대안 부상
차입 부담 컸던 국가들, 서둘러 발행 늘려
새해 들어 신흥국 채권이 기록적인 속도로 팔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긴축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을 대안으로 삼기 시작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가 75억 달러(약 10조 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 채권 판매로 시장의 문을 연 뒤로 헝가리와 슬로베니아, 인도네시아, 폴란드가 빠르게 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첫 4일 만에 신흥시장 국가와 기업은 총 244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 20건을 성사시켰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신흥국의 달러·유로 표시 채권 판매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신흥국 채권이 더 매력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한때 5%를 돌파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기정사실이 된 현재 4%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높은 금리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에 주목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2주간 글로벌 신흥국 채권펀드에 4억9400만 달러의 순 유입이 발생했다”며 “자금은 5개월 넘게 유출된 이후 유입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흥국 채권을 노리는 배경엔 연준의 피벗 외에 정치적 이유도 있다. 지난주 폴란드 10년물 국채를 매입한 SB자산운용의 카스파라스 수바치우스 투자책임자는 “새 정부가 친 유럽연합(EU) 성향이어서 동결된 EU 지원금이 해제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폴란드의 유로채 가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공급자인 신흥국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최대한 자금을 조달하려 채권 발행에 적극적이다. 신흥국의 경우 그간 연준의 긴축에 따른 차입 부담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기도 했다.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EU 기금이 동결된 헝가리는 국채 발행액을 예정보다 5억 달러 더 늘렸다. 미할리 바르가 헝가리 재무장관은 “향후 몇 달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수익률이 좋은 환경에서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발행액을 인상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온인베스트먼트의 세르게이 데르가체프 채권 투자책임자는 “현재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채권 발행국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자금 조달을 완료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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