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인 삼립에 이익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일가의 증여세를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삼립에 재산상 이익을 주고, 총수 일가의 이득만 고려한 것”이라며 허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2012년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적정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매도한 혐의로 2022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은 저가 매도한 주식의 취득가인 주당 3038원과 직전 연도 평가액인 주당 1180원을 종합해 적정가액을 1595원으로 판단했다.
저가 매도 과정에서 손해를 입은 샤니 소액주주들이 고소장을 냈고, 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허 회장 등의 주식 저가 매도로 파리크라상은 121억원, 샤니는 58억원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허 회장은 다수 법인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책임을 갖고 있지만,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면서 이익을 사유화했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재산을 적정히 관리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저가 매도 배경에는 총수 일가의 증여세 회피 목적이 있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이 사건 거래를 통해 매년 8억원의 증여세를 막았고, 허 회장은 최근 10년간 74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허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증여세 회피와 저가 주식 양도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배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전제인데, 손해가 나는 매각을 하고서 배임이 문제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밀다원 주식) 매각 절차를 이행한 것”이라며 “검찰 주장처럼 1595원에 매각하면 200억원 이상의 이득을 얻는데, 증여세 수억원을 얻고자 이렇게 매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평생 좋은 빵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경영과 관련해서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모두 맡겨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런데 오래전 밀다원 주식 양도가 새삼 문제가 돼 법정에 서게 돼 다시 한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편으로는 저희에 대한 오해 때문에 (회사가)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이 모든 게 저의 부덕의 소치라 여기고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받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허 회장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다음 달 2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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