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월급’ 만들자…배당에 목마른 韓 투자자들 [고배당이 장기투자 이끈다 (상)]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연금까지 공백기)’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바로 배당주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배당왕’이 나오는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증시에서 배당주의 위상은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커지고 있는 배당 투자 수요 현황을 진단하고, 장기 투자를 이끌 수 있는 배당 세제 정비 필요성 등 과제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코카콜라 주식 매입은 배당주 투자의 전설로 꼽히는 사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13 Filing) 분기 공시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 주식(2023년 6월 30일 기준) 중 4위 종목에 코카콜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워런 버핏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분할 매수를 통해 코카콜라를 꾸준히 사들였고, 30여 년째 장기 보유중이다. 그는 대표적 배당왕(King) 종목인 코카콜라의 배당금과 함께 코카콜라 지분을 차곡차곡 늘려온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제 2의 월급’을 목표로 하는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주 자본주의가 안착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글로벌 기업 주식들이 쇼핑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고(高)배당주를 대거 담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한국판’으로 선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미국 ETF닷컴에 따르면, 운용자산(AUM) 규모 상위 기준 주요 미국 배당주 ETF는 뱅가드의 ‘Vanguard Dividend Appreciation ETF’(티커명 VIG), 뱅가드의 ‘Vanguard High Dividend Yield ETF’(VYM), 찰스슈왑의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SCHD) 순으로 나타났다.
VIG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간 배당금을 늘린 미국 기업의 시가총액 가중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오랫동안 꾸준히 안정적으로 배당하면서 운용 규모를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편입 최상위 종목을 보면, VIG ETF는 마이크로소프트(MS), SCHD ETF는 브로드컴, VYM ETF는 JP모건체이스를 담고 있다.
배당을 꾸준히 하는 기업이면 실적을 낼 역량이 있는 것으로 여겨서 우량주로 평가하고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주주 이해에 부합하는 글로벌기업들의 배당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분기 배당이 일반적인데, 여기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과 달리 회계연도가 상이하다는 점이다”며 “그러므로 미국 주식들을 잘 조합한다면 미국 주식 투자로만 매월 현금흐름(cash flow)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고, ETF라는 투자 상품을 통해 미국 주식 기반 배당 전략이 활성화되면서 미국 배당 주식들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피봇’(pivot, 통화정책 방향전환)을 앞두고 있어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도 된다.
황선명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장기 관점에서 S&P 배당지수는 금리 등락 변동성을 감내하며 우상향 중이며, 금리 인하 시기에는 자본차익도 추구할 수 있다”며 “S&P500 지수 편입 종목들은 주주 친화적 입장에서 배당 증액을 추구하고 있고, 이는 암묵적 약속 같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운용사들이 글로벌 기업을 담은 대표적 배당주 ETF들을 앞 다퉈 들여오면서 한국 투자자들은 저렴한 보수(수수료)로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찰스슈왑에서 운용하는 미국의 대표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동일한 쌍둥이 투자 상품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 이준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신한자산운용(대표 조재민닫기조재민기사 모아보기)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의 ‘ACE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가 있다. ‘한국판 SCHD’ 간 혈투라고 볼 수 있다.
KB자산운용(대표 김영성)의 ‘KBSTAR 미국채30년 커버드콜(합성)’ ETF는 한국판 TLTW(iShares 20+Year Trasury Bond buyWrite Strategy) ETF다. 미국 장기채권을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으로 투자해 월분배금을 수취할 수 있는 상품이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 매수와 동시에 기초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매도하는 것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손실이 방어되고, 대신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된다.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의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 액티브 ETF’는 미국 운용사 앰플리파이(Amplify)의 메가 히트 ETF인 ‘DIVO ETF’(Amplify CWP Enhanced Dividend Income ETF)를 국내 투자 환경에 맞춰 현지화했다.
‘월(月)배당’ 트렌드의 경우, 신한자산운용이 지난 2022년 6월 ‘SOL 미국S&P500’ ETF를 국내 첫 월분배 ETF로 선보이고 나서 다른 운용사로도 빠르게 확산돼 상품 라인업이 확장됐다. 매월 일정한 현금흐름을 내는 인컴형(income)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적중한 셈이다.
실제 ETF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월분배 상품이 이미 일반적이었다. 또 고령화 시대로 ‘먼저’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오래 전부터 월배당 펀드 상품이 인기를 누려왔다.
한국도 월배당 ETF가 나오기 전 한때 개인들 사이에 분배금 지급주기를 달리해 매월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ETF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레시피’가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도 ‘선(先)배당-후(後)투자’로 배당 공시 제도가 바뀌면서 배당 투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을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식을 사고, 이후 상장기업 결정에 따라 배당을 받아가는 ‘깜깜이 배당’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제도가 손질되면서 국내 배당주 투자 예측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제도 개선에 따라 금융업 등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업종에 대한 배당 투자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찬바람 불면 배당주 투자’라는 공식에서도 탈피할 필요가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배당 절차 선진화 방안과 점차 확대되는 기업들의 분기 배당 등으로 한국 주식 기반의 배당 전략도 그 유용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기 배당주 투자를 이끌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세제 정비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쳐 2000만원이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면서 세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황과 관계없이 배당 및 인컴 투자가 활발히 늘고 있다”며 “배당 공시 제도가 변경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배당 성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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