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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일본 지진은 왜 큰 피해를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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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논설위원
이석훈 논설위원

새해 첫날, 일본 중서부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7.6의 지진은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도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1) 이후 가장 강한 대형 강진이다. 본진이 강타한 시간 노토반도에서는 일본 기상청 진도 체계의 최고 단계인 진도 7이 기록되었다.

일본 기상청은 이시카와현에 최대 높이 5m의 ‘대형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야마가타(山形)현, 효고(兵庫)현 등 인근 해안에는 3m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실제 이시카와현 와지마(輪島)시 연안에서는 쓰나미 관측기의 최대 관측 가능 높이 1.2m를 초과(NHK에서 5m 쓰나미 도달 언급)했고, 노토반도 북부 해안에 4.2m의 파도가 있었다고 조사되었다. 노토반도에 큰 지각변동도 관측되었다. 노토반도 북부 와지마시는 1.3m 서쪽으로 이동했으며, 아나미즈초 1m, 스즈시 0.8m 등의 이동이 관측되었다.

또 지진 발생 직후 48시간 동안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521회나 발생했다고 보고되었다. 노토반도에서 지진 활동이 활발해진 최근 3년간(2020.12~2023.12) 일어난 지진 506회를 넘어선 수치인데, 일부 기관이 아직 본진이 오진 않았다는 주장까지 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도 극심해 와지마시에서는 7층 건물이 통째 옆으로 쓰러지는 등 주택 200여 채가 파손되었고, 사망자도 계속 늘어 지진 발생 4일째 90명을 넘었다. 또 부상자 400여 명,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240명 이상이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적·물적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왜 일본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가. 규모 7.6인 노토반도 지진의 최대 진도가 7인데, 왜 2017년 포항 지진이 규모 5.4임에도 일본 기상청 기준 6약의 강한 진도를 초래했는지 궁금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오염 문제 등 악몽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선 언론방송에서 보도되는 노토반도의 지진정보를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중·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지만 대형 지진을 별로 겪지 않아 지진정보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에겐 한국과 다른 표기와, 언론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숫자를 보면서 당황스러움에 직면하게 된다.

노토반도 지진에 대한 일본 기상청의 지진정보와 NHK의 지진정보를 보면 내용은 같은데 표기 방식이 다르고, 한국 기상청이 발표한 2016년 경주 지진정보와 비교하면 또 다르다. 즉, 진앙(震央)이나 지진 ‘규모(規模, Magnitude)’는 표기법이 같은데, ‘진도(震度, Seismic Intensity)’는 표기법이 달라 다른 지진과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지진의 세기를 나타낼 때 규모와 진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유튜브나 블로그, 가끔은 언론에서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두 용어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규모는 진원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크기로 지진의 절대 세기를 나타내며, 진도는 어느 지역에서 사람의 느낌이나 피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따라서 규모는 측정한 지역에 관계없이 같은 수치인 반면, 진도는 관측하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진원에서부터 거리나 지반의 상태 등에 따라 지역마다 수치가 다를 수 있다. 진원에서 멀어질수록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규모는 규모 7.6 또는 M7.6과 같이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아라비아 숫자로 나타낸다. 측정 지역과 상관없이 같은 수치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종종 발표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노토반도 지진 M7.6 또는 M7.4) 이는 리히터 규모(ML), 모멘트 규모(MW), 일본 기상청 규모(MJ)와 같이 적용하는 단위나 관측 장비, 계산식(지질 환경 반영)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이며, 오해를 없애기 위해 지진 발생 국가에서 측정한 규모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노토반도 지진(2024)의 일본 기상청 및 NHK 발표 지진정보(왼쪽과 가운데)와 경주 지진(2016년)의 한국 기상청 발표 지진정보(진앙, 규모, 진도).
노토반도 지진(2024)의 일본 기상청 및 NHK 발표 지진정보(왼쪽과 가운데)와 경주 지진(2016년)의 한국 기상청 발표 지진정보(진앙, 규모, 진도).

이에 비해 진도는 관측한 지점에서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규모와 달리 정수로 표기한다. 가끔 진도 7.6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지만 규모와 진도를 혼동한 경우이며 지진의 규모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림에서처럼 진도는 동일한 규모의 지진에서도 발생한 깊이에 따라, 진원지의 지질환경에 따라 다른 진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다. 미국이나 한국은 수정 메르칼리 진도(MMI) 단계를 사용하지만, 일본과 대만은 일본 기상청(JMA) 진도 단계를 사용한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는 I~XII의 12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바탕색을 달리 표시한다(오른쪽 그림 참고). 일본 기상청의 진도는 0~7단계로 구분하고, 5단계와 6단계는 다시 강약(强弱)으로 구분하여 총 10단계를 두고 있으며, 각각 다른 바탕색을 사용한다(왼쪽 그림 참고). NHK는 일본 기상청의 진도 단계를 따르지만 바탕색이 다른데, 5단계와 6단계의 강약 구분 없이 같은 바탕색을 사용하고, 5단계와 7단계 또한 같은 색을 사용한다(중앙 그림 참고). 대만 중앙기상국의 진도는 일본 기상청의 단계와 같지만, 숫자 끝에 급을 붙이고, 바탕색은 NHK와 같은 색상을 사용한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정도는 지진의 규모, 지진이 발생한 깊이와 진원지의 지질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규모는 지진의 세기가 클수록 전파되는 지진파의 진폭(震幅)이 커진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개발된 단위로,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측정해 지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데, 진폭과 진동주기의 함수로 표현된다. 즉, 진폭이 10배 증가하면 규모는 1.0이 증가한다. 규모 7.0의 지진에 의한 진폭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10배 커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지진이 발생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은 규모 1이 증가할 때마다 약 32배 커진다. 규모 5.0의 지진은 규모 4.0의 지진보다 약 32배 큰 에너지를 방출하며 규모 3.0의 지진보다는 1000배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 규모 3.0은 약 500kg의 TNT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의 양으로, 경주지진 규모 5.8은 약 1만3000 톤, 노토반도 지진 규모 7.6은 약 1000만 톤 TNT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했다.

지진은 땅속에서 발생한다.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땅속의 위치를 진원이라 하고, 진원에서 수직으로 올라가 지표면과 만나는 위치를 진앙이라고 한다. 진앙은 진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표면이기에 지진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전달되어 피해가 가장 크고, 진원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면서 피해가 줄어들게 된다. 즉, 진앙을 중심으로 동심원상으로 진도가 작아지게 된다.

지진이 얼마나 깊은 곳에서 일어났는지는 진원 깊이로 알 수 있으며 진원 깊이는 진원에서 진앙까지의 거리로 구할 수 있다. 지진은 진원 깊이에 따라 천발(淺發, <70km), 중발(中發, 70~300km), 심발(深發, >300km)지진으로 구분한다.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하여 진앙까지 오면서 에너지가 줄어드는 심발지진이나 중발지진에 비해 천발지진은 에너지 손실이 적어 진앙에 거의 그대로 에너지가 전달되어 피해가 크다.

10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1923년 관동 대지진(M 8.1) 23km, 6300여 명이 사망한 1995년 고베 대지진(M 7.3) 16km, 1만6000여 명이 사망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M 9.1) 등 일본에서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킨 지진의 진원 깊이가 20km 내외의 아주 얕은 천발지진으로 최대 진도 7을 기록한 이유이다. 노토반도 지진(M 7.6) 역시 진원 깊이가 16km로 관측되었고, 최대 진도 역시 7로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2016년 경주 지진(M 5.8)은 진원 깊이 15km로 최대 진도가 VI(일본 진도 5강)로 관측되었다. 2017년 포항 지진(M 5.4)은 진원 깊이 6.9km로 최대 진도 VI(일본 진도 6약)가 관측되어 경주 지진보다 규모가 작았음에도 진원 깊이가 얕아 더 충격이 강했고 실제 피해는 경주 지진보다 훨씬 심각했던 사례이다.

주로 화강암 또는 화강편마암인 우리나라의 지질환경과 달리 일본의 지질환경은 화산재 등이 쌓인 퇴적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 손실이 적은 상태로 지표면에 전달되었기에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더군다나 1995년 고베 대지진은 고베시가 갯벌을 매립하여 형성된 도시여서 피해가 심했다. 비교적 화강암이 많은 경주 지진(M 5.8, 진도 5강)에 비해 규모가 작았던 포항 지진(M 5.4, 진도 6약)이 더 큰 피해를 초래한 원인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포항시의 지질은 퇴적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가지는 섬과 섬 사이를 매립한 도시라 지반이 매우 연약하고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기 쉬워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서울 광화문 등에서 지진이 감지되거나 심지어 일본 쓰시마와 규슈 연안 등지에서도 진도 1~2의 흔들림이 관측될 정도로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가 적고, 규모도 크지 않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진도 IX(흔들림과 건물 파손 기록으로 추정)의 779년 경주 지진, 진도 VIII~X의 1643년 울산 지진과 1681년 양양 지진이 기록되어 있고,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에서 보듯이 최근 들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진에 대비한 훈련과 지진정보에 대한 교육이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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