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새해 초부터 ‘극한 대치’를 예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통과한 쌍특검 법안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 4당은 “윤 대통령을 국민 앞에 무릎 꿇리겠다”며 으르렁 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 대치의 길이가 늘어날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온 ‘쌍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민주·정의·진보·기본소득당)은 같은 날 국회 본청 앞에서 ‘김건희·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쌍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하는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법안이다. 야 4당 주도로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송된다. 국회가 이를 재의결 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298명)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199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야 4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동시에 재의결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규탄대회에서 “대통령과 그 가족들은 국민 앞에 죄가 없다면 죄가 없는 것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게 더 좋다”며 “대통령은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역대 어느 대통령도 가족이 연관된 특검을 거부한 적 없다”며 “이번이 국민을 버리고 가족을 선택한 첫 사례”라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이 올해 총선을 위한 악법이란 입장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방탄용 악법”이라며 “또 총선용 여론 조작을 위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재표결 시점을 두고도 대립 중이다. 국민의힘은 당장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오는 2월에나 재표결에 들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자신의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았기에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이해충돌 여부를 먼저 따지겠다는 이유에서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양당제의 폐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서로 상대방의 지도자를 악마화해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제3지대가 캐스팅 보트를 가지게 된다면 협치나 대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총선 의석수가 향후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잠재울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의 이 같은 대치는 최소한 윤 정부 임기말까지 계속될 거고, 정권교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어질 것”이라며 “무한대치는 격화되면 격화됐지 다운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하게 된다면 윤 정부가 식물 정부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렇게 돼야 대치 상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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