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제공하는 두 번째 대상도 국방 분야와 관련이 깊은 업체를 선정하며 국가 안보 강화에 재차 방점을 찍었다.
대형 반도체기업 가운데 미국 정부와 군사용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는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를 제치고 대규모 지원을 선점하기 더욱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4일 브리핑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지원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 국가 안보 보호에 꾸준히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무부는 전기차와 소비자용 전자제품, 군사무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에 1억6200만 달러(약 2127억 원)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전투기용 반도체 전문기업 BAE시스템스에 3500만 달러(약 459억 원)의 지원 계획을 발표한 뒤 두 번째 수혜업체를 선정해 공개한 것이다.
백악관은 “상무부는 앞으로도 지원 대상 업체를 발표해나갈 것”이라며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에 중요한 공급망 안정성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 도입 계획을 발표한 뒤 미국에 여러 글로벌 기업의 생산공장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최대 수십 조 원 단위에 이르는 생산설비 구축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의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실제 지원금 지급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대상 기업도 국방 관련 기업들에 집중되며 대형 반도체기업의 수혜 여부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정부 예산은 한정적인데 국가 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업체들에 우선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면 상무부의 심사 과정에서 차별로 불이익을 받는 업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현재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비용 지출 계획을 내놓았고 정부와 국방 분야에서 직접 협력하고 있어 수혜를 입기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증설 과정에서 최대 40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규모의 군사용 반도체 생산설비를 별도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인텔은 미국 국방부 및 군사 당국과 첨단 반도체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력도 맺었다. 정부에서 연구개발 비용과 기술 발전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다.
결국 미국 정부가 지금과 같이 국방 분야에 우선순위를 둔 지원 기조를 이어간다면 자연히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를 제치고 대규모 보조금을 선점하기 유리한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한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첨단 군사용 반도체 등 분야에서 대만과 한국 등 해외 국가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지원 대상 발표에서 이러한 방향성이 뚜렷하게 확인된 만큼 삼성전자와 TSMC가 적기에 보조금을 받거나 충분한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TSMC가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 일정을 지연하기로 발표한 점도 미국 정부 지원금 불확실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당초 올해 말 가동을 추진하던 미국 공장 생산 일정을 미룰 가능성이 거론된다.
2024년 말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를 향한 지지 여론이 다소 힘을 잃고 있다는 점도 해외 반도체기업에는 다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은 처음 추진될 때부터 해외 대형 반도체기업에 불필요한 세금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일은 해외 반도체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선택지로 꼽히는데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야 하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임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여론을 의식한다면 상무부에서 연말 대선 이전에 삼성전자나 TSMC에 대규모 지원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이 경제적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TSMC에 수혜가 돌아올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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