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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나비효과’…건설업계 돈줄 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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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PF 위기 선제 대응

건설업계 “터질 게 터진 것…만기 연장 어려워질 수도”

전문가 “사업성 높은 곳 위주로 지원해야…건설사 자구노력은 필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것을 두고 건설업계 전반으로 유동성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것을 두고 건설업계 전반으로 유동성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것을 두고 건설업계 전반으로 유동성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시장이나 건설업계로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에 나선다.

지난 4일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정책방향에는 정부가 8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집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서 문제를 겪는 사업장을 매입해 정상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 부동산 PF 연착륙 유도 추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PF 시장 위축과 관련해 정부는 선제적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85조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장상황에 맞춰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을 추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준공기한을 앞둔 시공사에 대해서는 과도한 부담이 전이되지 않도록 책임분담을 전제로 대주단과 협약을 통해 시공사의 채무인수 시점을 연장토록 한다.

책임준공보증 집행 가속화(6조원), 비주택 PF 보증 신설(4조원) 건설사 특별융자(4000억원) 등 건설공제조합을 통한 유동성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겪는 사업장은 LH가 매입해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와 건설사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상화를 도모한다. 사업성이 부족한 곳은 PF 정상화 펀드(2조2000억원)로 사업장 매입 및 재구조화를 추진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PF 정상화 펀드 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부동산을 매입할 시 내년까지 취득세를 50% 감면할 예정이다.

이번 워크아웃 사태로 금융권의 불안도 커져 중소·중견건설사의 만기 연장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뉴시스 이번 워크아웃 사태로 금융권의 불안도 커져 중소·중견건설사의 만기 연장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뉴시스

“유동성 막힐까”, 노심초사하는 건설업계

다만 정부의 조치에도 유동성 위기에 대한 건설업계의 긴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뿐 아니라 중소건설사들의 도산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고금리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유동성이 꽉 막힌 사업장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워크아웃 사태로 금융권의 불안도 커져 중소·중견건설사의 만기 연장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뿐 아니라 롯데건설, 한신공영 등 부채비율이 높은 곳들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거론돼 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내실 있는 건설사들은 미리 준비를 해뒀기 때문에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이 꽉 막혀있는 요즘같은 때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금융권에서도 건설사의 만기 연장 신청을 거절하고 회수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러한 사태는 분양가 상승과 2~3년 뒤 주택 공급 위축과 맞물려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량 건설사와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상화를 추진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설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은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프로젝트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해서 진행하는 사업을 PF라고 한다면, 공공에서 모두 감당하거나 지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수가 많다”며 “사업성이 높은 우량 사업장과 상징성, 규모 등 사회적 여파가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높은 곳인데 일시적인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는 곳들을 중심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주택· 건설경기가 급변하지 않았다면 발생했을 수익을 민간업체가 가져가는 민간사업의 결과는 당사자들의 책임이지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정부도 퇴출시킬 사업장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사업장을 구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그 다음은 지원을 받는 건설업체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PF 연착륙 관련 내용에는 분양성 제고를 위한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며 “PF 같은 경우 궁극적으로 분양성 제고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대책들이 담기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태영, 자구노력 부족 지적…사재출연·SBS 지분 매각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판가름 난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할 경우 워크아웃이 개시되지만 부결되면 법정관리로 넘어간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태영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채무 상환 기회를 달라며 눈물로 읍소했으나 반응은 싸늘하다.

태영그룹이 마련한 자구책에 사재출연 및 SBS 지분매각 등에 대한 내용이 빠지며 자구노력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11일까지 채권단과 자구노력 방안을 협의하며 보완할 것이다”며 “내부적으로 파악한 PF 규모는 4조5000여억원인데 이중 정부가 보증하는 SOC가 1조원, 금융권에서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양률 75% 이상인 곳이 1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제하면 브릿지론과 분양률 75%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 등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는 규모가 2조5000여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에서 얘기하는 9조원 규모는 PF 사업장뿐 아니라 중도금 대출, 책임준공 등 부분을 모두 포함한 것이고 저희도 자구노력을 통해 PF 규모를 줄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영건설은 지난 4일 484억원 규모의 오너 일가 사재출연 내역을 공개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 416억원을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했으며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 30억원을 투입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원을 투입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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