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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손을 잡은 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차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2020년 정 회장은 이 회장이 인수한 글로벌 1등 카오디오 기업 하만의 스피커를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장착하더니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차량 내부에 붙이기 시작했다. 실증이 필요했던 삼성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를 과감히 채택했고, 배터리까지 삼성SDI 제품을 쓰면서 현대차의 미래차는 삼성 제품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삼성은 아예 기아 맞춤형 포터블 빔프로젝트를 출시하면서 공동 마케팅에 나서더니 삼성의 ‘스마트 싱스’와 현대차의 ‘커넥티드카’를 결합 시키는 큰 그림까지 그렸다. 두 총수간 협력이 더 가속화 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용·정의선 손 잡고 ‘CAR·HOME’ 경계 허문다
4일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체결한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양 사의 니즈가 만나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전자·IT기기를 하나로 묶는 ‘스마트싱스’,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말하지 않아도 AI(인공지능)가 알아서 모든 전자기기를 컨트롤 해주는 캄테크(Calm Tech) 세상의 도래를 꿈꾸는 이재용 회장과 차량 좌석에 앉아서도 집안 거실 쇼파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모든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인류 이동문화에 혁신을 가져오겠다고 한 정의선 회장의 큰 그림이 만났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약으로 주거공간과 이동공간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철 퇴근 길 ‘귀가모드’를 실행해 등록된 에어컨과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조명을 밝혀 쾌적해진 주거공간으로 귀가할 수 있다. 또 외출 전 ‘외출모드’를 실행해 전기차 배터리 잔량 및 주행가능거리 상태를 조회하고 미리 공조기능을 실행해 적정 온도의 차량에 탑승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화면 터치·음성 명령 외에 등록된 위치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등 위치 기반의 자동 실행도 구현해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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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동맹’ 가속화…플랫폼 ‘콜라보레이션’ 본격화
과거 삼성과 현대는 재계 1·2위로서 과도한 경쟁으로 치열했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20년 전기차 드라이브에 나선 정의선 회장이 삼성SDI를 찾아 이재용 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다. 그간 현대차는 LG·SK·삼성의 국내 배터리 3사 중 원통형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와의 협력만 빠져 있었다. 두 총수 회동 이후 급물살을 탄 배터리 협력은 지난해 10월 열매를 맺었다.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될 약 50만대 분량의 6세대 각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면서다.
지난해 현대차 플래그십 모델 차기 제네시스에 탑재 할 디스플레이 입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최종 공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 그랜저는 삼성이 인수한 하만의 JBL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했고 제네시스 GV80에 뱅앤올룹슨 사운드시스템을 적용했다. 삼성의 차량용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의 현대차 공급도 공식 발표 됐다. 실증이 중요한 차량용반도체를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하고 계약을 공표했다는 대목에서 의미가 더 두드러진다. 차량용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EV9 에디션’을 삼성이 출시하기도 했다. 차량용 즐길거리,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보강하기 위해 현대차가 꼭 필요로 했던 제품을 보강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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