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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들이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를 틈타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 투자자 예탁금이 새해 첫 거래일 하루에만 7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연말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지정을 피해 실탄을 확보한 개인들은 이른바 ‘1월 효과(1월 주가가 다른 달보다 강세를 보이는 현상)’를 기대하고 연초부터 국내 주식을 대거 쓸어담기 시작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12월 29일(52조 7537억 원)보다 6조 7411억 원 불어난 59조 4948억 원을 기록했다. 예탁금이 59조 원을 웃돈 것은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국면에서 유동성이 넘쳐났던 2022년 6월 13일(59조 810억 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신용거래 융자잔액도 한 달 만에 3000억 원 가까이 증가해 3일 17조 4448억 원에 이르렀다.
연초 증시 주변 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12월 매도 행진을 이어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그대로 증권사 계좌에 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은 12월 한 달 동안 증시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주식 양도세 회피 물량을 동시에 쏟아내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7조 6578억 원을 팔아치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48조 원대에 머물던 예탁금은 한 달 만에 11조 원 이상 늘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중순 DS단석 공모를 끝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휴지기에 들어간 점도 예탁금이 외부로 이탈하지 않은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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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문가들은 또 연말 매도로 확보한 자금 외에도 1월 효과를 예상하고 새로 유입된 개인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1월 효과란 신년마다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지수를 밀어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26년간 1월 코스피는 평균 2.7% 상승했다. 이 기간 1월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11월(2.8%)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연말 매도 우위 일변도로 일관하던 개인들은 새해가 되자마자 쌓아뒀던 실탄으로 적극적으로 주식 매집에 나서기 시작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 들어 4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2조 105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일까지만 해도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던 개인은 3일과 4일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자 곧바로 저가 매수에 나서며 코스피 시장에서만 각각 1조 3145억 원, 67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3~4일 코스닥 시장에서도 각각 3315억 원, 2137억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이 주식 매집에 나서자 3일 예탁금도 하루 만에 2조 5000억 원 이상 적은 56조 954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개인이 2~4일 집중적으로 매수한 업종은 올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도체·자동차 관련주와 2차전지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개인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인공지능(AI) 수요 증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SK하이닉스(000660)만 2307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8조 7437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8조 원대 영업적자에서 확실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개인들은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005930)(1950억 원), 삼성SDI(006400)(1265억 원),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890억 원), 현대차(005380)(595억 원)도 대거 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연초 주가 강세를 노린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1월 효과가 예상보다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변수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에 이어 또 다시 0.78% 하락하며 2587.02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2600선을 내준 것은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0.61% 하락한 866.25에 장을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600선을 넘으면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배당주와 내수주 비율을 확대해 수익률을 방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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