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4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활력있는 민생경제’ 바탕 연간 계획
공공요금 인상 보류·공기업 채용 확대
대통령 ‘금투세 폐지’, 경방에는 빠져
정부가 내놓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임 정부 때부터 비판받아 온 공공요금 인상을 다시 한번 뒤로 미뤘고, 공공기관 정원 감축을 강조해 놓고 신규 채용은 지난해보다 늘리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경제정책방향에 담지 않아 여러 해석과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4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자유·공정·혁신·연대라는 4대 경제 운용 기조 아래 ‘활력있는 민생경제’라는 제목으로 ▲민생경제 회복 ▲잠재위험 관리 ▲역동 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행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전기요금 인상 총선 이후로 ‘폭탄 돌리기’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큰 틀에서 지난해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4월에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 영향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대표적 공공요금 동결과 공공기관 채용 확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와 서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올해 상반기까지 중앙과 지방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이 물가안정에 이바지한 경우 그 노력과 성과를 경영평가 때 반영하겠다”고 했다.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결정은 전임 정부 때 지적받아 온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꼴이다. 요금 인상을 제때 하지 않아 공기업 적자만 가중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전력공사가 수십조원 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전기요금을 진작 이렇게 올려놨으면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또한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현안점검회의에서 “원전 발전량을 줄이는 대신 급증한 LNG 발전량으로 평균 공급원가가 급등했고, 한전에선 10회 이상 요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단 한 번밖에 올리지 않았다”며 전임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미룬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에서도 물가 자극 등을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자신들이 했던 비판을 부메랑으로 마주하게 됐다.
공공기관 채용 확대도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온 공공기관 경영혁신과 배치된다. 기재부는 지난 2022년 8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비대한 조직과 인력을 줄이기로 하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실제로 퇴직자 대비 채용 규모를 줄여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그랬던 정부가 이번 경제정책 발효에서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 2만2000여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찬반 논란 뒤로하고 금투세 폐지 추진
윤 대통령이 폐지하겠다고 밝힌 금투세 관련 내용이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지 않은 것도 의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여야 합의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2022년 금투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윤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여야는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기로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언이 기재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한 것인지 의문을 남겼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엔 금투세 폐지 관련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발표한 2일은 기재부가 관계 부처와 함께 기자들을 상대로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을 하던 날이다. 경제정책방향에 금투세 폐지 내용이 없자 일부 기자들은 대통령 금투세 폐지 발언이 기재부와 사전에 협의가 된 것인지 묻기도 했다.
이에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투세 폐지는) 사전 협의를 한 내용이다.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라면서도 “양도세와 거래세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올해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더 짚어보고 판단해 정부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자칫 정부 내 논의가 불충분했다고 해석할 만한 발언이다.
금투세 폐지는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데다, 관계 부처와 충분한 상의조차 없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이번 결정 또한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교수는 “전임 정부가 물가 잡기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때 얼마나 강하게 비판했던가를 기억한다면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유보한 결정은 포퓰리즘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며 “공공기관 채용 확대는 그렇다 해도, 전기요금 폭탄 돌리기는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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