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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열쇠’ SBS 놓지 않은 오너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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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세간의 관심 속에 진행된 태영건설의 채권단 설명회가 사실상 ‘맹탕 설명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SBS와 티와이홀딩스의 지분 매각 및 담보안은 이번에 공개된 태영건설의 자구안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거론됐던 오너일가의 사재출연도 언급되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자구안 발표 과정에서 일부 채권단이 퇴장할 정도로 윤세영 태영그룹 오너일가 리스크가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진행된 태영건설의 채권단 설명회가 진행된 가운데 별도의 추가 자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로 예정된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자구안 공개 이후 비판이 커진 근본적 이유는 태영건설의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 그리고 윤 회장과 그 일가의 행보다. 채권단을 포함해 업계 안팎에서는 SBS, 티와이홀딩스 등 오너일가의 강력한 영향력이 행사되는 기업의 지분 매각 및 담보 여부에 따라 워크아웃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사진=태영건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사진=태영건설.

SBS 지분 매각 등 오너일가 결단 기대했지만…

통상적으로 회사의 워크아웃을 앞두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오너일가의 일부 희생이 담보됐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선 오히려 윤 회장 일가가 희생보단 밥그릇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SBS 지분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다. 시장에선 기존에 채권단과 태영건설 측이 논의했던 자구안과 별개로, 이번 채권단 설명회에서 SBS 지분 매각과 같은 오너일가의 결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태영그룹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를 통해 SBS의 지분 약 3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증권시장에서 SBS의 시가총액은 약 5870억원(4일 기준) 규모에 달한다. 단순 계산상 티와이홀딩스가 갖고있는 SBS 지분 가격은 약 2170억원 수준이지만, 최대주주라는 프리미엄 그리고 경영권 등을 고려하면 실제 지분 가치는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는 SBS미디어넷까지 포함하면 지분규모는 더욱 커진다. SBS미디어넷은 SBS 내 주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계열사로 스포츠, 골프, 비즈니스, 예능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자산규모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매각을 결정할지 여부에 주목해 왔다. 평소 SBS 창업자이기도 한 윤 회장의 SBS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SBS 지분 매각은 곧 워크아웃 위기에 처한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한 오너가의 ‘책임 의식’의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이번 자구안에 SBS 지분 매각이 빠진 것에 대한 채권단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요구되는 대주주, 오너의 진정성 있는 자구노력과 회생 의지가 결국 SBS 지분 매각이라는 것이 채권단 내부의 공통된 기류.

금융권 관계자는 “SBS 지분 매각 여부는 이를 통해 확보 가능한 자금 규모보단 대주주의 자구노력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행보”라며 “채권단이 SBS 지분 매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만큼 1차 협의회 이전까지 관련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 나선 (왼쪽부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융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 나선 (왼쪽부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융위

채권단 “회생 위한 오너家 의지에 의문”

SBS 지분 매각 못지않게 관심을 끈 윤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이 이번 자구안에서 빠진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SBS에 대한 윤 회장의 애정이 각별한 점을 고려하면 관련 지분 매각에는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이같은 논란을 상쇄하기 위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이번 자구안에 새롭게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내부에선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윤 회장 일가에 약 30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기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자구안에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또한 빠지면서 채권단의 비판 수위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사태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해 약 2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이밖에 지난 2000년 현대건설 워크아웃 당시에는 정주영 당시 회장 일가가 약 3000억원, 2007년 SK네트웍스 워크아웃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1200억원의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

일단 티와이홀딩스와 태영측은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에 대해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준비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회장이 밝힌 호소문도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겉으로는 채권단을 향해 읍소하는내용이 채워져 있지만 “태영이 무너지면 협력업체도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 “채권단에게도 고스란히 피해가 갈 것이다”,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등 다소 채권단이 압박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또 윤 회장이 호소문을 통해 밝힌 우발 채무 규모(2조5000억원)에 대해서도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현재 태영건설의 채무는 직접 채무 1조5000억원, 이행보증채무 5조5000억원, 연대보증채무 9조5000억원 규모”라며 윤 회장의 발언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태영건설 CI.
태영건설 CI.

워크아웃 개시 여부도 ‘안갯속’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 공개된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자산매각’, ‘구조조정’, ‘사업 정상화’ 등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이날 태영건설과 윤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를 공개했다.

태영건설은 이같은 4가지 자구안을 이행할 경우,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도 이날 태영건설 측이 밝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우발채무 규모(2조5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공개된 자구안이 워크아웃 논의 초기부터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협의해온 내용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설명회 직후 강석훈 산업은행장은 “애초 논의 과정에서 태영 측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원 금액은 4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며 “다른 자구안 역시 태영건설이 아닌 태영건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PF 보증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약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약 451억원 가량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 대출)도 태영측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담대 대출을 워크아웃 시 상환이 유예되는 금융채권으로 간주, 상환하지 않았다는 것이 태영건설 측의 설명이다.

한편, 채권단은 오는 11일 1차 회의를 통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반면, 채권단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는 종료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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