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PF시장, 건설사 부도, 분양가 상승 등의 부동산 관련 이슈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인허가 혹은 착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향후 주택 공급 부족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오늘 경제만랩에서는 건설업계의 연이은 악재와 그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건설업계 악재 릴레이에 업계 혼란 가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건축 시멘트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자재 비용이 급등하면서 건축업계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몇몇 신규 주거 단지에서 철근 누락 및 부실 공사가 밝혀지면서 건축업계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건설업계에 악재가 연일 발생하면서 사업장을 접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2023년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지난 5년간 최고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2023년 건설업 폐업신고 현황(2023.12.27 기준)으로 총 3486건(종합공사업 568건, 전문공사업 2918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2669건, 2019년 2741건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2020년 2534건으로 주춤하다 다시 2021년 2856건, 2022년 2887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올해 폐업건수는 작년 대비 20.75% 증가(12월 27일 기준)했습니다. 특히 2023년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으로 향후 폐업신고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건설업계의 폐업 급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분양실적감소가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이후 전국 미분양 주택 수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악성미분양) 건수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건설업계 특성상 분양 실적 외에도 원자잿값 상승, 사회적 이슈 등 외생변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향후 업계 동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분양가 상승의 주요 원인 원자잿값
분양가 상승은 건축비, 인건비, 택지비 등의 인상이 주된 원인인데, 그중 원자잿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자잿값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가격과 국제유가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연탄의 대표적인 수출국인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시멘트 가격이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표적인 건축 원자재인 시멘트와 철근 등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분양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의 자금줄… 경색된 부동산 PF
얼어붙은 부동산PF 시장도 건설업계의 악재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대규모의 자금을 대출받아서 건설한 뒤 분양 등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대출 자금을 갚는 부동산PF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시행사는 회사 보유 자금과 부동산PF 대출(브릿지론)을 통해 땅을 구매하고 건축허가를 받아 부동산 사업을 시작합니다. 브릿지론으로 초기 사업을 진행한 뒤 시공사가 합류해 다시 돈을 빌리게 되는데 이를 본PF라고 합니다. 본PF대출을 통해 초기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시공과 분양이 완료될 경우 본PF대출을 모두 갚은 방식입니다.
최근 PF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악성 미분양 건수도 높아지면서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PF대출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 안 팔린다…쌓이는 악성 미분양
준공 후 분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악성 미분양 사태도 건설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동산PF 대출을 갚기 위해서는 분양이 완료되어야 하는데, 준공은 했지만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대출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부 건설사들의 폐업 및 부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분양(준공 전 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악성 미분양은 증가하고 있어 건설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미분양주택현황보고를 살펴본 결과, 지난 2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75,438건을 기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3월 72,104건, 4월 71,365건, 5월 68,865건, 6월 66,388건, 7월 63,087건, 8월 61,811건, 9월 59,806건, 10월 58,299건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악성미분양 건수는 지난해 12월을 시작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전국 악성 미분양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12월 7,518건, 2023년 1월 7,546건, 2월 8,554건, 3월 8,650건, 4월 8,716건, 5월 8,892건, 7월 9,041건, 8월 9,392건, 9월 9,513건, 10월 10,224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처럼 준공 후 미분양이 많아지면 건설 업계뿐만 아니라 부동산PF를 시행한 금융사까지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높습니다.
돌파구 찾는 건설사들…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자본력이 있는 10대 건설사인 경우에는 해외 수주와 신사업 확장을 통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자본력이나 기술력이 비교적 낮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향후 미래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0대 건설사…해외 수주를 돌파구로 찾는다
10대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사업이 어려워지자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월간 수주통계 2023년 11월’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해외 건설 수주는 277억 4000만달러(11월 30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267억 5000만원만달러)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미·태평양(94억 4891만달러), 중동(83억 8530만달러), 아시아(56억 7182만달러) 순으로 높았습니다. 그 외 유럽(17억 7639만달러), 중남미(13억 7800만달러), 아프리카(10억 7686만달러)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인 경우 플랜트사업과 미래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린수소, 태양광, 소형모듈원전(SMR) 등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미래 사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수주, 카타르 LNG프로젝트 수주 등 글로벌한 친환경사업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플랜트 산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정비, 인프라 등 건설 부문 전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 아미랄 프로젝트,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Phase-2) 프로젝트 수주(현대건설 컨소시엄) 등을 따내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에서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1단계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지난 13일에서는 중국 장쑤성에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공장 설립을 완료하는 등 폐배터리, 대기업형 폐기물 처리, 해상 풍력과 같은 환경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해외로 눈 돌리는 10대 건설사들
올해 7월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국내 10대 건설로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호반건설 순이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의 경우 수주 공시에 불참)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건설·주택분야 3분기 기준 매출액은 14조 6324억원, 영업이익 3030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3240억원)이 6.5% 감소한 것입니다.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38억원으로 작년 동일 분기 대비 영업이익(1537억원) 대비 58.6% 상승했습니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1902억원이며 작년 동기 분기(2055억원) 대비 7.4% 하락했습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663억원, GS건설 601억원, DL이앤씨 803억, 포스코이앤씨 564억, 롯데건설 1355억, SK에코플랜트 1208억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형 건설사보다 진짜 문제는 중소·중견건설사
지난 11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2022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도움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부실기업(한계기업)이 총 387개사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는 건설업계 전체의 18.7%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14%(54개)는 대기업, 86%(333개)는 중소기업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경영이 악화되면서 구조 조정이나 폐업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12월 28일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하면서 건설 업계가 초 긴장 모드에 돌입한 것입니다.
하도급 업체들도 위기입니다. 중견 건설사들이 하도급 건설사에게 공사비를 지급하기 어려워져 결국 줄도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건설사들의 줄도산 사태가 다시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원인으로 나타났고, 워크아웃이나 법적관리에 들어선 건설사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PF 부실은 부동산 신탁사와 금융권 등도 폭넓게 걸쳐 있어 연쇄 후폭풍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자잿값 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건설 업계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내년 분양시장도 좋지 않다”며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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