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수익 위한 WM 강화 및 위험 대응 발맞춘 인사
당국 감시에 고객 보호 최우선 과제…신년사 키워드 변화
증권사들이 새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뒤 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할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요 수익원이 큰 타격을 입고 각종 사건·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증권업계의 훼손된 건전성과 신뢰성을 되찾으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해 증권사들이 시장 충격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 중점을 둔 보수적인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앞서 증권사 대부분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 PF 부문을 축소하고 자산관리(WM) 부문에 힘을 실어줬다. 증권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WM 사업을 강화한 것은 지난해 유독 업계에 사건·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우려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사건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따른 대규모 미수금,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 관행,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SL)의 손실 사태 등이 빈발하면서 업계의 수익성 악화·리스크가 부각됐다.
특히 금융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워지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범위가 확대된 것이 증권사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금융사가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최종 책임자로 CEO를 명시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각 사들은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최우선으로 한 임원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관리 부문을 경영혁신실에서 독립시키고 이두복 부사장을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로 배치했다. 대신증권에선 길기모 리스크관리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메리츠증권은 아예 과거 메리츠화재 CRO 겸 부사장을 맡았던 장원재 사장을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신한투자증권도 기존 박진석 경영지원본부장이 올해부터 CRO를 담당하는 등 변화가 생겼다.
증권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만큼 고객자산 관리와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하고 전사 차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고객리스크관리부도 신설하고 준법감시본부 내에 있던 내부통제운영부를 준법경영부로 확대 개편했다. NH투자증권도 기존 준법감시본부를 준법지원본부로 변경하고 본부 직속으로 준법기획팀을 신설했다. KB증권 역시 시장리스크부 내에 고객자산리스크 전담 조직을 만들어 흐름에 발맞췄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내부통제기능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키움증권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한 엄주성 사장을 새 대표로 내정한 가운데 향후 조직개편을 통해 각 사업 본부에서 리스크를 확인하도록 팀을 꾸리고 ‘사업본부·리스크팀·감사팀’의 3중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증권사들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핵심 경영 목표로도 떠올랐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든 의사결정의 시작이자 종착점은 고객’이라고 강조했고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통한 신뢰 강화를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도 올해 고객·영업·효율중심으로 ‘바른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황이 좋았던 2020년과 2021년 증권사 CEO 신년사에는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혁신, 수익 중심 경영 등 공격적인 내용이 주로 담겼다”며 “이후 업황이 악화되면서 안정화가 중요해졌고 올해는 시장 위험에 대비해 위기를 최소화 하겠다는 기조가 가장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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