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원정 투자’ 위축, 시장 관망세 확산
서울 아파트 매매물량 7만건 훌쩍
“관망세 지속…경기 회복 국면 접어들어야 반응”
불경기에도 이어지던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행렬이 한풀 꺾였다. 지난해 상반기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일부 매수심리가 회복되는 듯했으나, 고금리와 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말로 갈수록 관망세가 짙어진 경향이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일 기준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836건으로 한 달 전(2337건) 대비 21.4% 감소했다. 지난해 1월(1413건) 이후 연간 최저 거래량이다.
12월 거래량은 같은 날 기준 992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이달 말까지 신고기한이 한 달가량 남았지만, 최근 거래가 크게 줄어든 만큼 2000건을 넘기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3899건을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월 3400건을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다.
정부의 1·3부동산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이 시행되면서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매수심리가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면서 거래량은 다시 위축됐다.
덩달아 타지에서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이른바 ‘상경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입 건수는 526건으로 전체 2417건 가운데 21.7%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 29.1%로 30%에 근접하던 외지인 원정 투자 비중은 10개월 사이 7.4%포인트 감소했다. 2022년 7월(21.1%)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반적인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에 나온 매물도 늘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매매물량은 7만4914건으로 지난 9월(3일 기준) 7만2088건을 기록한 이후 5개월째 7만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5만513건으로 출발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만건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선 대내외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비용 부담, 향후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한동안 매수세가 회복되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는 거시경제 관점에서 물가 안정세가 기대되지만, 높은 금리 수준과 대외여건 불확실성으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주택가격은 보합 또는 제한적 상승이 예상돼 수요 약세가 불가피하단 관측이다.
건정연 관계자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여건으로 주택수요 및 거래 회복이 불투명하고, 수급 불안감에도 가격 상승 전망이 미약해 수요 회복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정부의 청년 중심 청약제도, 구입·전세대출 지원이 확대되지만, 분양가격 메리트 감소 및 주택가격 하락 전망 확산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아무래도 시장의 제일 큰 변수는 여전히 금리.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있고, 미국에서 어느 정도 금리를 인하할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정도 기대감으론 시장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금리 인하 국면으로 완전히 접어들기 전까지는 매수세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초 급매가 많이 소진되고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후 추격매수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올해 스트레스 DSR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등 여전히 대출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결국 심리가 가장 크다고 본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전체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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