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재출연·SBS 언급 없어…산은 회장 “강력한 자구안 필요”
(서울=연합뉴스) 금융·증권팀 = 태영건설[009410]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시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구안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혀 워크아웃 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이 제1차 채권단협의회가 예정된 이달 11일까지 더 적극적인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읽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사재출연 규모나 SBS[034120]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채권단의 질의응답이 이어지기 전에 자리를 떴다.
태영건설은 우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416억원+티와이홀딩스[363280] 1천133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을 발표했다.
또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SBS 매각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채권단 질문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재출연 규모나 추가 자구안을 묻는 말에 대해서도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런 대답에 설명회장 참석자들은 ‘저게 다냐’며 웅성거린 것으로 전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 측은 태영건설의 자구안 약속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았으며 자구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천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양재호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을 태영건설로 넣어야 했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변제에 활용하고 400억원만 넣었다”며 “오늘(3일) 낮 12시까지 1천149억원을 넣으라고 했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가지 자구안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아 실망스럽고,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이달 11일까지 태영그룹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구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역시 회의 종료 후 브리핑을 통해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상식적으로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며 “태영 측에 강력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종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채권단 관계자들은 사재출연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의 자구노력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1차 협의회까지 태영건설의 자구책에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고 신중히 검토하고 워크아웃 개시 찬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그간 워크아웃은 주채권은행이 알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보증 사업장들도 참여하면서 참여자가 많아졌다”며 “앞으로 워크아웃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채권 금융기관 600여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채권단 관계자 700여명이 참석해 설명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자구안 외에는 워크아웃 반대매수청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산은 측은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반대매수청구권을 직접 매입하라고 요청했다. 워크아웃이 의결되면 반대 채권자는 채권을 사달라고 청구해야만 반대의사가 확정된다. 반대 채권자와 찬성 채권자가 협의하면 제3자 또는 회사(태영건설)가 채권을 인수할 수 있는데, 태영건설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를 인수하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이 60곳에 달해 사업장마다 공정률이나 분양 여부가 각기 다른 것과 관련해 처리 절차에 대한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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