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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거센 자원민족주의 바람 부나 [글로벌 선거의 해]

이투데이 조회수  

⑥ 세계 경제 좌우할 신흥국들의 선택은?
‘3연임 유력’ 인도 모디, 민족주의 강화 전망
니켈·요소 풍부 인니, 韓 경제 영향↑
베네수엘라, 마두로 욕심에 휘청
멕시코, 미국 대선에 더 촉각


지난해 6월 미국 외교권위지 ‘포린폴리시’가 낸 ‘미래 지정학적 결정권을 쥔 주요 6개국’이라는 분석 기사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렸다. 이 기사는 국제정치 질서에 영향력을 발휘할 신흥국 리더로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꼽았다. 미·중 경쟁에서 어느 한쪽에도 줄 서지 않는 나라들이다. 이 중 인도와 인도네시아, 남아공이 올해 중요한 선거를 치른다.

자원 부국인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의 선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신흥국 사이에서 최근 민족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선거가 한국 기업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거 결과 지금의 자원민족주의 기조가 유지되면 니켈 등 주요 광물에 대해 현지에 가공공장을 세우라는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을 틈타 자국 요소를 한국에 수출하는 루트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모디 3연임 유력…대외 개방 유지되나 민족주의 거세질 듯

작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등극한 인도는 4~5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인도는 5년마다 하원 선거를 치르며, 총리는 다수당에서 선출된다.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인민당(BJP)이 지난달 3일 치러진 지방선거 5개 주 가운데 핵심인 3개 주에서 큰 격차로 승리를 거두면서 3연임에 청신호를 켠 것이다. 이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 외국인직접투자(FDI) 촉진 등 시장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경제·외교 정책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을 대체할 매력적인 투자와 생산기지로 부상하는 상황을 십분 활용한 모디의 외교술이 더욱 조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국제정세에서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국익에 따른 실리 외교를 효과적으로 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 나아가 모디 총리는 신흥국의 리더로서 북반구 중심의 기존 강대국들에 대항하는 질서 구축까지 노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국호를 ‘바라트’로 변경을 추진하는 등 힌두 민족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음으로써 소수 민족과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파키스탄, 샤리프 복귀 유력

파키스탄은 크리켓 선수 출신인 임란 칸 전 총리가 2022년 4월 실각한 이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월 8일 치러질 총선에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그는 세 차례 총리직을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으로 작년 10월 4년 만에 귀국했다. 군부가 샤리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리프가 복귀하면 파키스탄은 주요 재정 지원국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속한 전환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평가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니켈 부국 인도네시아…수출 막고 가공국 추진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천연자원 부국이다. 대표적으로 니켈과 보크사이트 등 핵심 광물이 차고 넘친다. 특히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니켈이 풍부하다. ‘세계금속통계국(WBMS)’에 따르면 전 세계 니켈의 약 21%인 2100만 톤(t)을 인도네시아가 틀어쥐고 있다.

일찌감치 이를 감지한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니켈 수출을 금지했다. 원자재만 수출하던 이전 정책에서 벗어나 가공과 완제품까지 생산하겠다는 ‘산업고도화’도 이때 추진했다.

내달 14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관전 포인트 역시 ‘자원민족주의 강화’로 점철된다. 2014년 당선돼 2019년 재선한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이제 정계를 은퇴한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자원민족주의’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지지율 1위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로 수라카르타 시장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다.

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해제가 관건

한때 세계 2위 석유매장량을 자랑했던 대표적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올해 선거 결과에 따라 나라의 존폐가 갈릴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지난해 10월 베네수엘라 경제를 짓누르는 제재를 완화했다. 문제는 올해 10월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민족주의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해상유전 발견으로 자원 부국이 된 이웃 나라 가이아나와 영토 분쟁을 일으켰다. 미국이 제재 완화 조건으로 내건 공정선거 약속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연장을 노리는 마두로의 욕심에 베네수엘라 경제가 다시 파탄에 빠지는 것은 물론 유가 안정을 노리는 미국의 계산도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 미국 대선 결과에 더 촉각

6월 대선을 앞둔 멕시코는 미국 대선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는 2022년 광업에 대한 보호조치를 골자로 하는 광업법(Ley Minera) 개정안을 통과했다. 두둑하게 매장된 리튬의 독점적 권한을 중앙 정부가 틀어쥐겠다는 의지다.

미국 지질학통계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멕시코의 리튬 매장량은 전체 23개국 중 7위 수준. 전 세계 매장량 약 8900만 톤 가운데 약 2%가 멕시코에 묻혀있다. 무엇보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가 리튬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게 멕시코 리튬의 장점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자국 대통령 선거보다 연말 미국 대선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소비재의 주요 제조국인 만큼, 미국과의 국경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남아공, 친러 기조 바뀔지 주목

5~8월 총선이 예정된 남아공은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경제적 혼란과 치솟는 실업률 등 총체적 난국으로 지지율이 50% 밑으로 내려가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 종식 이후 처음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ANC가 연립정부 구성을 모색하면서 친러시아 외교정책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제1야당 민주동맹(DA)은 친서방 성향이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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