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서만 6000억 넘어
자영업 몰려 있어 불안 증폭
금융지원 변수까지 ‘그림자’
국내 5대 은행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부터 지역 시장과 슈퍼마켓 사업자 등 도·소매 유통업체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넘게 불어나면서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이 깊어지는 와중 고금리 충격이 맞물리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유통업자들이 많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도·소매업에는 이른바 동네 사장님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져 온 금융지원에 가려진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실상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도·소매업체 대상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60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7%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도·소매업 대출 연체가 151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9.8%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1252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157억원으로 각각 92.3%와 131.9%씩 해당 금액이 급증했다. 신한은행도 1113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057억원으로 각각 103.5%와 234.5%씩 도·소매업 대출이 늘었다.
쌓여만 가는 대출 연체의 배경에는 역대급으로 높아진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지난해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금리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올해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러 기업대출 중에서도 도·소매업체의 연체에 더 큰 걱정이 따르는 이유는 자영업자가 밀집해 있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는 지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측면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4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는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측면까지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을 둘러싼 부실은 향후 더 몸집을 불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의 질도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기업 여신 중에서도 소상공인이 많은 분야 등 업종별 접근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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