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가 작년 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원무역이 취급하는 노스페이스는 롱패딩이 주름 잡던 패딩 시장에서 숏패딩 열풍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주목할 점은 노스페이스가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상당한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패션업계에 따르면 작년 단일 브랜드 기준 매출 1조원을 넘긴 패션 브랜드는 노스페이스와 나이키입니다. 국내 상위 10개 브랜드 중 노스페이스를 포함한 3개 브랜드만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습니다. 노스페이스는 전년보다 30.2% 성장하며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코오롱스포츠(18.2%), 네파(0.4%) 순이었습니다. 이외 브랜드들은 역성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스페이스는 가수 전소미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는데요. 인지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3개월 전 공개한 ‘눕시를 더 짧게, 광고도 짧게’라는 유튜브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1069만회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노스페이스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겨울 아우터 카테고리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거래된 패딩 브랜드는 노스페이스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거래량이 높은 브랜드는 △몽클레어 △나이키 순이었습니다.
특히 숏패딩 제품인 ‘노스페이스 눕시’의 검색량은 약 9000여 건에 달했습니다. 전년 대비 132% 증가한 수치입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2022년에도 숏패딩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은 중고 거래 브랜드에 등극한 바 있습니다. 노스페이스가 롱패딩에서 숏패딩으로 유행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러한 숏패딩 열풍에 합류해 이득을 본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효리를 앰배서더로 내세운 리복은 ‘클럽C 숏패딩’ 출시 3주 만에 시즌 전체 물량을 완판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노스페이스의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중고 거래가 활발한 것은 그만큼 시장 내 입지가 크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잘 나가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 중고시장에서도 인기 있고 좀 더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가 많다”며 “갖고 싶은 제품을 중고로라도 사고 싶은 소비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숏패딩의 유행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노스페이스 눕시는 매우 인기가 높았던 제품으로, 업계에서는 숏패딩이 유행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의류 중 고가에 해당하는 패딩은 구매 후 오래 입는 경향이 있지만, 숏패딩은 유행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불황일수록 중고거래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특정 제품의 중고거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노스페이스보다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중고 매물로 내놓는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팬데믹 이후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한 제품을 구매하면 장기간 소장하기보다는 중고거래를 통해 처분하고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고가의 노스페이스 패딩을 구매하는 학생들을 두고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일명 ‘패딩 계급도’에서도 노스페이스는 더 이상 최상위 계급이 아닙니다. 이젠 노스페이스도 중고가 브랜드에 속한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옵니다. 10대들에게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등 최소 100만원 이상의 고가 브랜드들이 인지도가 높아진 영향입니다.
번개장터 담당자는 “2022년에 이어 Y2K 트렌드 속 숏패딩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물가 속 다양한 겨울 아우터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미개봉 새제품과 같은 게시글을 통해 고가의 아우터 상품을 합리적으로 거래하고자 하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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