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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새해 또다시 이재용 회장이 수년간 외쳤던 ‘초격차 기술’을 키워드로 꺼내들었다. 삼성전자 ‘투톱’ 한종희 DX(완제품)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핵심 멤버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성장과 재도약을 위한 ‘본원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다.
3분기 누적 12조원이 넘는 반도체 적자는 지난해 내내 삼성을 흔들었지만 지난해 4분기, 조단위 아래까지 그 폭을 줄인데 이어 올 1분기 흑자전환 기대까지 흘러 나온다. 감산의 영향으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고 생성형 AI가 뜨면서 고가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등 다시 반도체 싸이클이 ‘업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한 부회장은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사장단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시무식’을 갖고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을 축으로 한 신년사를 했다.
한 부회장은 경계현 사장과 공동명의로 낸 신년사에서 “지난 50년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 온 DS부문은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를 넘어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다”며 “DX부문도 체감 성능·감성 품질 등 품질 경쟁력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고 고객 입장에서의 사용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탐구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주문했다.
또 삼성전자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미래 변화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부회장은 AI 이노베이션에 대해 “생성형 AI를 적용해 디바이스 사용 경험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도 적극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가자”고 피력했다.
업계에선 올 상반기 ‘반도체의 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로 갈수록 빠르게 회복되던 시장 상황을 그 방증으로 봤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조5650억원으로 전분기(2조4335억원) 대비 약 4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핵심인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은 6000억원 안팍으로 점쳐진다. 올 들어 분기당 3조~4조원 수준의 적자 상황을 딛고 흑자전환 코 앞까지 올라선 셈이다. 특히 D램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만에 흑자전환 기대가 나온다. 다만 낸드 업황 회복은 더뎌지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올 1분기부턴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흑자전환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시각이다. 감산 효과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본격화 되는 중이라서다. 2021년 7월부터 2년 넘게 내리막을 탔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4분기부터 반등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D램 범용제품 가격은 26.9%, 낸드플래시는 13.4% 상승했다. 낸드 플래시 가격도 오름세다. 낸드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2월 기준 4.33달러(약 5624원)로 전월 대비 6% 올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D램 감산폭을 줄여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성 16·17라인 뿐만 아니라 평택 P2·3 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며, 감산 폭은 35%에서 1분기 15% 수준까지 축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경쟁사 SK와 5% 미만까지 좁혀진 D램 시장 점유율이다. 차기 각축장이 될 HBM 시장 역시 과반을 SK에게 내 준 상태다. 삼성이 서둘러 HBM 생산능력을 2분기께 지금의 약 3배 규모로 키우기로 하고 설비 증설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일원화 된 ‘첨단 패키징’ 공정의 경쟁력 역시 삼성이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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