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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지속됐던 고물가 흐름이 올해는 다소 꺾일 전망이다. 2%대 중반을 가리키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물가 흐름 완화에도 내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절반 이상이 새해에는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민간 소비가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100)로 1년 전보다 3.6% 상승했다. 2022년보다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3%대 고물가가 지속됐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19년(0.4%), 2020년(0.5%) 2년 연속 0%대에 그쳤지만 2021년 2.5%, 2022년에는 5.1%로 뛰어올랐다.
다만 올해는 고물가 흐름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 당국인 한국은행은 최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예측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 2.3%를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 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공급충격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소, 국제기구, 증권사 등 20곳이 발표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평균 2.6%로 한은의 예상치와 같았다.
이처럼 올해 물가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내수는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인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한국 경제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은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1.9%를 제시하며 지난해(1.9%)와 비슷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2년(4.1%)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은보다 낮은 1.8%를, LG경영연구원은 더 저조한 1.5%를 예상했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역시 얼어붙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3%는 올해 소비지출을 작년보다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주된 이유는 고물가 지속(43.5%)이 가장 많았고, 실직·소득 감소 우려(13.1%)가 뒤를 이었다. 소득 증가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니 소비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1.2% 증가에 그치며 물가 상승률(3.6%)을 크게 하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소비도 활발해져 내수가 살아날 여력이 생기는데 작년에는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소득 증가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진한 소비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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