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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증으로 작년 한해 치솟았던 아파트 분양가가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를 올린 데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 대상 확대, 층간소음 요건 강화 등으로 공사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이에 따라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분양시장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올랐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1월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0억34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올랐다. 이는 건설자재 가격 및 노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분이 분양가에 지속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11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37로, 동월 기준 2020년 120.2, 2021년 11월 138.62, 2022년 11월 148.84에 이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 지수는 건설공사에 활용되는 재료·노무·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분양가 상승세는 올해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가 올해부터 공공·민간공사에서 공사비 산정 시 활용하는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를 작년보다 7.3% 인상했기 때문이다.
건축 관련 규제 강화도 공사비 상승 요인이다.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 건축물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 대상이 올해부터는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으로 확대된다. 아파트를 새로 짓는 과정에서 태양열 패널이나 연료전지 등 친환경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신축 아파트 층간소음 검사 결과가 ‘충격음 49dB(데시벨) 이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택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선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고성능 완충재 사용 및 신공법 개발 등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에 부합하려면 기존보다 공사비가 20~30% 더 든다는 게 내부 분석”이라며 “여기에다 층간소음 기준 강화로 공사비 추가 투입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상 심화로 토지비·노임 등 공사비 인상 요인이 상존한 데다 추가적인 규제 강화가 예고된 만큼 분양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는 오르겠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분양가는) 물가 상승률 수준 정도로 오를 것”이라면서도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 수요 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도 무턱대고 분양가를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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