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1대 국회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계류 의안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1대 국회는 의원들을 의정활동 강화를 위해 상임위 의무 운영 규칙이 담긴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었으나 제대로 지킨 상임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을 대표해 모인 입법기관으로서 낙제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 제21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법안은 모두 2만5339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계류된 법안이 1만6715건이었다.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모두 8624건이었으며 법률반영법안은 8238건이었다. 법률반영법안은 국회에서 법률안을 심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법률에 반영된 법률안으로 원안 가결, 수정안 가결, 대안반영폐기, 수정안반영폐기법안을 더한 것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법률반영률을 계산해보면 32.5%에 그친다. 여야 정쟁이 극심해 식물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20대 국회의 법안 반영률은 36.4%(발의 2만4141건’법률반영 8799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19대 국회에서는 모두 1만7822건이 발의돼 7429건의 법안(41.7%)이 법률에 반영됐다. 1만3913건의 법안이 발의된 제18대 국회에서는 44.4%인 6178건이 법률반영법안이 됐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국회법 개정안도 유명무실화됐다.
국회가 2020년 12월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2021년 3월23일부터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에는 1월과 7월을 제외한 매달 임시국회나 정기국회를 연다는 상시국회 조항이 담겼다. 아울러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매달 2회 이상 개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매달 3회 이상 개회 조건도 포함됐다.
국회사무처가 열린국회정보 정보공개포털에 공개하고 있는 상임위원회 회의 개회 현황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상임위 전체회의는 944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615회 열렸다. 17개 상임위의 월평균 개최 횟수를 계산해보면 전체회의는 매달 1.68회, 법안심사소위는 매달 1.1회 개최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4월부터 12월까지 전체회의는 236회’법안심사소위는 198회(2021년 기준으로는 전체회의 338회’법안심사소위 290회) 개최됐다. 이어 2022년 전체회의 336회’법안심사소위 131회, 2023년 전체회의 372회’법안심사소위 286회였다.
매달 평균 2회 이상 전체회의를 개최한 곳은 법제사법위원회(95회’월 2.88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83회’월 2.51회), 행정안전위원회(66회’월 2회) 3곳이었다. 그러나 이 세 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거나 1번만 연 달이 있었다.
전체회의를 가장 적게 연 곳은 여성가족위원회로 33개월 동안 27번 전체회의를 진행해 한 달에 채 한 번이 되지 않았다. 이어 운영위원회 30번, 정보위원회 35번, 보건복지위원회 45번, 교육위원회 49번이었다.
모든 상임위가 월 2회 이상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은 2021년 11월과 2022년 8월로 두 번이었다.
평균값을 기준으로 매달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연 상임위원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모든 상임위가 3회 넘게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한 달도 없었다.
행정안전위원회가 33개월 동안 66번(월 2회) 소위를 열어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위원회 57회(월 1.73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각각 56회(월 1.7회)였다.
법안심사소위를 가장 적게 진행한 곳은 정보위원회로 33개월 동안 고작 6번 진행했다. 그 뒤로 여성가족위원회 8번, 운영위원회 14번,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18번이었다.
법안심사소위가 가장 적게 열린 것은 2022년(131회)으로 법사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가 3개월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국회 운영위원회는 2022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선 직후였던 2022년 6월에는 모든 상임위의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가 열리지 않았다. 법안심사소위는 2022년 7월에도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2023년에는 정쟁이 심각해지면서 계획됐던 상임위원회가 파행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8월 임시국회 때는 더불어민주당이 집중 호우 기간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 사망 사고, 순천 잼버리 사태 등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 합의 미흡을 이유로 상임위에 불참하는 일이 발생했다.
9월에는 검찰이 단식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상임위 단계에 계류된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해서 제21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법안반영률의 오명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부터 2+2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냉랭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원 사망 사건,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준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