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선임절차 제동’에도 사실상 ‘재연임 도전’ 해석
대통령 함께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엔 참석 안해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한 차례 더 연임에 도전할 것인지 의중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포스코홀딩스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절차에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최 회장은 2일 5천400자가 넘는 장문의 신년사를 발표해 올해 굵직한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3연임 도전’ 의지를 구체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해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철강, 이차전지를 비롯해 친환경 미래소재, 친환경 인프라 등 주요 분야의 사업 방향을 제시하며 ‘새해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작년 성과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전환)과 친환경 중심의 성장 비전은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아 우리 기업 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최 회장은 ▲ 수소 환원 제철 공법인 하이렉스(HyREX) 시험 플랜트 구축 ▲ 염수·광물 리튬 1·2단계 사업 성공적 완수 ▲ 양·음극재 생산 능력 확대 ▲ 저탄소 발전 사업 추진 ▲ 도시재생사업 시장 지배력 강화 등 올해 사업 방향을 촘촘히 제시했다.
철강부터 이차전지, 인프라·건설에 이르기까지 그룹 전 사업 영역에 걸쳐 목표를 밝힌 것이다.
지난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현재까지 5년 이상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재임 기간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과감한 투자로 포스코그룹을 전통 철강사에서 미래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대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룹 안팎에선 최 회장의 용퇴 쪽에 좀더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문재인 정부 때 취임한 최 회장이 2000년 포스코 민영화 후 최초로 정권 교체 후에도 온전히 임기를 마치는 첫 기록을 세우는 상황에서 새 인물이 포스코그룹의 지휘봉을 넘겨받지 않겠느냐는 시각과 맞물린 것이다.
다만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와 관계 없이 차기 리더십을 선출하는 새 회장 인선 방안이 확정된 이후 최 회장은 재연임에 도전할 것인지,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것인지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애초엔 최 회장이 ‘레임덕’ 방지를 위해 의사 표명을 자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 회장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1차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 선정이 차츰 가까워지면서 최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오르는 모양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 스스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한 번 더 도전하겠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재연임에 도전할 경우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만큼 양측 관계는 편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포스코그룹이 ‘재계 5위’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경제사절단에 매번 빠진 점이 그 사례로 꼽힌다.
최 회장은 이날 윤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4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내부 정상 경영활동에 힘을 쏟으며 내실을 다지는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진 1대 주주 국민연금이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점 역시 현 정부와 최 회장의 관계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 회장 재임 기간에 뽑힌 사외이사 교체, 차기 사장 후보자 공모 등 ‘KT 모델’을 요구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최근 개선된 차기 회장 선출 방식이 공정·투명하다고 맞선 상태다.
재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소유 분산 기업’으로 소액주주 지분이 75.52%에 달하고 1대 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이 6%대에 그치는 만큼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인선안을 놓고 표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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