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코로나19 손실보상 기구처럼 전담 조직 주문
“정부·금융권 일괄 지원 효과 약해…취약계층에 더 집중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차민지 기자 =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2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특화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이슈를 다룬 전담 기구가 있었던 것처럼 소상공인 금융 부담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전담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의 2조원 규모 상생 방안이나 정부의 정책 지원이 모두에게 분산되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어 취약 계층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회장과의 일문일답.
— 소상공인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 코로나 사태 3년 이후 회복을 기대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소비가 줄고 매출도 감소했다. 코로나로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금리가 높아져 이자 갚기는 버겁고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커져 소상공인 판로는 막히고 있다.
— 소상공인 금융 부실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이 1천조원을 넘었다. 공공 영역에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 문제를 전담할 특화기관이 있어야 할 때다. 소상공인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취약층은 채무 탕감을 해주거나 중간층은 저금리로 대출 기간을 연장해주고, 능력이 되면 당장 갚으라고 정리해주는 것이다. 이를 시중 은행이 할 수 없으니 공공 영역에 채무 프로그램을 운영할 특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정부에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인가.
▲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코로나 때 손실보상 문제를 전담했다. 지금은 소상공인의 금융, 부채만 관리하는 조직을 둘 시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안에 임시 기구로라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은행권에서 내놓은 2조원 규모의 상생 방안의 효과는.
▲ 시중 은행에서 2조원을 지원한다거나 200만원, 300만원 이자를 돌려준다고 하지만 모두에게 돌아가면 큰 효과는 없다. 금융권이나 정부 지원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
—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인가.
▲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기획재정부 산하), 서민금융진흥원(금융위원회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부산하) 등 기관별로 역할이 산재해 있다. 소상공인 영역은 하나의 기구로 통합해 집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는데.
▲ 전기요금을 많이 쓰는 업종은 산업용 적용을 해달라는 것이다. 전기요금 정부 지원도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해 왔는데 올해도 할 예정인가.
▲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소상공인 업종은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낮은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정부가 고용기금을 통해 일부 지원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 올해 소상공인 경영 현황은 어떻게 전망하나.
▲ 암울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대 수준이라고 하고 소비는 늘지 않고 현 금리 상태로 가면 꽁꽁 얼어붙게 된다. 소비문화도 달라져 저녁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 올해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 우선 온라인 시장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만 할 게 아니라 실행할 수 있도록 멘토, 멘토링이 있어야 한다. 지역대학과 협업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생은 멘토로 현장을 체험해 보고 교수가 총괄하며 소상공인이 온라인 시장에 진입하도록 돕는 것이다.
— 소상공인 입장에서 빨리 풀어야 할 규제를 하나 뽑는다면.
▲ 식당이나 주점, 숙박업체 등에 가발을 쓰거나 가짜 신분증을 내밀고 들어온 뒤 나중에야 미성년자라고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 적발되면 사업주만 영업정지에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근절되지 않는다. 미성년자도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근절 방안을 찾아야 한다.
kaka@yna.co.kr, chacha@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