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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인하에도…영끌족 ‘보릿고개’ 이어진다 [갑진년 금리 용틀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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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이르면 2분기부터 조정 관측

최종 2.5% 예상…전망은 엇갈려

시중은행 대출은 5%대로 고금리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금리가 용틀임을 예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터널 끝자락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기준금리는 올해 마침내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금리가 내려갈 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와 금융사에게 모두 새해 플랜을 짜는 데 최대 변수다. 역대급 고금리로부터 탈출할 비상구가 열릴 지, 아니면 장기 긴축의 신호탄일지를 두고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대출금리 안내문이 붙은 시중은행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대출금리 안내문이 붙은 시중은행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새해 최대의 화두는 금리 인하다. 한국은행이 언제부터 얼마나 빠르게 기준금리 조정에 나설 지를 두고는 아직 의견이 엇갈리지만, 현재 3.5%에서 2.5%까지 떨어질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건 2020년 5월로 거의 4년 전의 일이다.

장기간 고금리로 후유증을 겪었던 만큼 반가운 소식이지만, 2% 중·후반대의 기준금리도 거의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유래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대출 이자의 숨통이 트였다며 영끌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에는 만만치 않은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 새해 금리 언제 내리나…"기대 과열" 지적도

금리인하는 팬데믹 이후 경기불황과 침체 속 경기회복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하 시점을 놓고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르면 2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가 하면, 가계부채·물가 등으로 4분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에서는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가 내년 2분기부터 한국의 물가가 목표 수준(2%)에 가까워지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세 차례에 걸쳐 0.75%p를 내리고 내년에 0.25%p를 더 내려 기준금리가 2.5%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B모건은 시장 기대보다 한은이 늦게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고 보았다. 오는 3분기와 4분기에 0.25%p씩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후년에도 0.5%p를 추가로 내리는 시나리오다.

씨티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0월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LG경영연구원이 한국 경제를 가장 보수적으로 분석하며, 금리인하는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려되는 수준이고, 물가 오름세가 목표(2%) 수준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며 섣부른 기대 과열을 경계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미국이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는데 불확실성이 있다”며 “제 생각은 파월 의장의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래가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해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목표 수준 수렴 시기는 올해 말 즈음이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 여전히 소득 절반은 이자 부담

정확한 금리인하 시기는 단정할 수 없지만 시장금리는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하락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도 내림세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며,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금리는 6개월만에 하락했다. 주담대 평균 금리는 4.48%로 전월 대비 0.08%p 떨어졌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5.04%로 전월과 동일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시차를 두고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37~5.74%까지 내려왔다. 변동형 금리는 4.38~6.89%로 5년 고정금리보다 1.01~1.15%p 높다. 변동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세 달 연속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변동형 역시 코픽스에 최근 예금금리 하락세가 반영되며 결국 내려갈 일만 남았다. 기준금리 인하폭을 감안하면 변동형 금리 하단은 4%, 상단은 5%대가 예상된다. 실제 기준금리가 2.5%였던 2022년 9월중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4.59~5.18% 수준이었다.

5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약 165만원이며,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238만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333만원(2021년 기준)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소득의 절반을 이자를 갚는데 쓰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도 차주들이 체감하는 이자 감소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취약계층이나 한계기업의 경우 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만큼, 은행도 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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