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도 치솟아…평창 사고 현장 주민 “아비규환 따로 없어”
“가스 누출 대피 연락받고 나와보니 하얀 연기 무릎까지 차올라”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강태현 기자 = “갑자기 ‘꽝’, ‘펑’하는 굉음에 마치 전쟁이 나 포탄이 마을에 떨어진 줄 알았어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액화석유가스(LPG) 폭발 사고가 난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충전소 인근은 폭격을 맞은 듯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발 후 화재로 전소한 승용차 한 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녹아내린 채 도로에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폭발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주민 이모(63)씨가 타고 있던 1t 화물차의 양쪽 문짝은 떨어져 나가 당시 가스 폭발의 위력을 짐작게 했다.
충전소 맞은편 주택을 비롯한 10여채의 건축물들은 폭발 사고와 함께 화염에 휩싸여 불에 타거나 유리창이 깨졌다.
충전소에 LPG를 공급 중이던 탱크로리를 비롯해 반경 300m에 있던 차량 10여대도 크고 작은 피해로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고 지점에서 직선으로 200m가량 떨어진 용평도서관은 2층 건물의 유리창이 모두 파손됐고, 차도에서 인도의 보행자를 보호하는 분리대는 화염에 완전히 녹아내렸다.
사고로 이재민이 된 한 주민은 “폭발 굉음과 함께 반경 300m 주변이 순간 불바다로 변했다”며 “마치 전쟁이 나 폭격을 맞은 줄 알았다”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새해 벽두 주민들을 아비규환으로 내몬 충전소 폭발 사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 3분께 발생했다.
오후 8시 41분 119 소방 당국에 ‘LPG 충전소에 가스가 많이 새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 지 22분 만이다.
사고 목격자인 한상욱(33)씨는 “평창나들목 인근에서 가스 누출이 있다고 해서 소방대원과 함께 도로를 통제하던 중 충전소에서 갑자기 땅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에는 ‘으악, 엄마야! 어떡해’라는 비명 후 ‘꽝’하는 굉음이 들린 뒤 화염이 치솟았다.
이 사고로 인근을 지나던 1t 화물차 운전자 이씨와 강모(36)씨 등 2명이 전신 화상을 입어 서울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맞은편 모텔에 투숙 중이던 40대와 70대 외국인 2명과 50대 배달원 3명은 경상을 입었다.
이번 폭발 사고 피해는 충전소 반경 300m로 광범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강씨는 사고 지점 300m 떨어진 극장에서 밖으로 나오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경찰과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또 300m 떨어진 곳의 맨홀 뚜껑이 충전소 폭발 직후 3m가량 하늘로 치솟기도 했다는 목격 진술도 잇따랐다.
사고로 졸지에 이재민이 된 주민 15명은 추가 폭발 등의 우려로 2일 새벽 장평2리 마을회관에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 주민은 “가스 누출 대피 연락을 받고 나와보니 가스로 추정되는 연기가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다”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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