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건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초기 대출상품인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캐피탈사일수록 부실 위기가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는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동산PF 부실을 틀어막고 있던 상황인데,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사 줄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브릿지론 절반 가량이 손실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태영건설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1조6000억원이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이 9299억원, 캐피탈 6552억원, 저축은행 128억원, 부동산신탁 9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2금융권 중 시장의 우려가 큰 곳은 캐피탈업권이다. 최근 몇 년 간 캐피탈사들이 소매금융보다는 부동산 PF 규모를 키워 실적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6개 캐피탈사 태영건설 익스포저 6522억원 중에서는 신용등급 ‘AA-‘ 이상 캐피탈사가 대부분을 보유했으며, ‘A+’ 이하 캐피탈사의 익스포저는 484억원이었다.
관건은 태영건설만의 이슈가 아니란 점이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중소형 건설사까지 워크아웃 여파가 미치면 연쇄 부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캐피탈사의 부동산PF 잔액(지난해 9월 말)은 26조원으로 국내 전체 PF 대출 잔액(134조원)의 19%를 차지한다. 은행(44조2000억원), 보험사(43조3000억원)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연체율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9월 기준 캐피탈사 PF연체율은 4.44%다. 2022년 말(2.20%) 대비 2%포인트 올랐다. 또 은행(0%), 보험(1.11%)에 비해 최소 3%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또 부동산PF 만기를 연장해줬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부동산PF 부실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중소형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부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은행계 캐피탈사나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상황이 악화될수록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소형사들은 브릿지론 비중이 높다. 브릿지론은 토지매입 등 건설사업 초기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상품인데, 대출이자가 높아 리스크가 높은 상품으로 여겨진다. NICE신용평가는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캐피탈사 손실흡수능력이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었다”며 “다만 금융그룹 계열이 아닌 중소형사의 경우 과거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곳이 많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상황이 점점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