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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苦물가] 작년 ‘열 중 아홉 품목’ 올랐다…사과 24.2%ㆍ전기료 22.6% ‘쑥’

아주경제 조회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30대 주부 권모씨는 새해를 맞아 가계부를 장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물가 오름세가 예상되는 만큼 먹는 것부터 입고 쓰는 것까지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권씨는 “요즘 장보기가 무서워진다”며 “물건을 집어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10개 품목 가운데 9개 품목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물가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계 시름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상품과 서비스 품목 총 458개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은 394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86%에 달하는 규모로, 10개 중 9개 꼴로 가격이 오른 셈이다. 

주요 품목 가운데선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생강 가격은 지난 1년간 80.2% 급등해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당근(29.0%), 사과(24.2%), 귤(19.1%), 파(18.1%), 양파(15.5%)와 같은 채소 가격도 크게 올랐다. 작년 12월에는 사과 54.4%, 토마토 45.8%, 파 45.6%, 복숭아 44.4%, 부추 41.1%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공요금 상승세도 거셌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가격 인상으로 20% 가량 뛰었다. 이는 관련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역난방비(27.3%)와 전기료(22.6%), 도시가스(21.7%) 또한 전년 대비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산물과 공공요금 상승 흐름 속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8% 상승해 2022년(7.8%)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8.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 22개 품목은 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드레싱(25.8%)을 비롯해 잼(21.9%), 치즈(19.5%), 어묵(17.3%), 참기름(17.2%), 초콜릿(15.8%) 상승세가 거셌다. 외식물가도 2022년 7.7%에 이어 2023년 6.0%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물가 기조를 유지했다. 주요 상승 품목으로는 피자(11.2%), 햄버거(9.8%), 김밥(8.6%), 라면(8.0%), 떡볶이(8.0%)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따라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3.6%에 도달하며 1년 전(5.1%)에 이어 2년 연속 3%를 웃도는 고물가가 지속됐다. 물가상승률이 2년째 3%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통상 물가 안정 목표치를 2%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예년 대비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에너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으나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어서다.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도 추후 반등 여부에 따라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악화 등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 주체인 서민 가계 어려움도 가중될 여지가 높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농축수산물 상승 흐름과 국제유가 변동폭 확대 가능성이 향후 물가의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면서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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