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20% 감소한 2.77조 달러
관련 대출 시장은 3분의 1 수준 축소
연준 긴축에 조달비용 늘어난 탓
연내 3회 인하 시사, 주가 상승에 반등 기대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기준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기업들을 압박한 탓이다. 다만 올해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M&A가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인앤드코를 인용해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가 전년 대비 20% 감소한 약 2조7700억 달러(약 3598조 원)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부문별로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거래가 크게 줄었다. 감소 폭은 각각 39%와 35%였다. 기업 간 거래는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M&A 관련 대출 시장도 위축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기업이 채권 발행이나 장기 대출 등 사실상 영구적 자금 조달을 준비할 때까지 이용하는 단기 약정인 브리지론 거래는 지난해 698억 달러에 그쳤다.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M&A는 최근 2년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자 위축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조달비용도 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등급이 아닌 기업들은 다른 기업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았고, 수익성 없이 잠재력만 내세우던 스타트업들은 인수 가격을 낮춰야 했다.
그러나 새해를 맞아 M&A는 부활 조짐을 보인다. 지난달 연준이 연내 3회 금리 인하를 시사한 덕분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가 최고치나 그 근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가 우리의 다음 질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뜨거웠던 것도 M&A 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9주 연속 상승했다. 또 작년 3분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는데, 이는 5.6% 감소했던 2분기에서 반등한 모습이다. 4분기 EPS는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업체 PwC의 미국 거래 대표인 콜린 위트머는 “EPS가 크게 늘수록 M&A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나스닥지수는 빅테크 반등 속에 2020년 이후 최고의 해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는 지난해 24.2% 상승했다. 이에 M&A를 준비하던 기업의 가치가 상승했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과거보다 줄어들게 됐다.
WSJ는 “컨설팅 업계는 딜(Deal·거래)이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기업들이 금리와 경제 향방에 더 많은 확신을 하게 된다면 내년 그 추세는 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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