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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28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자처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태영건설이 공시를 통해 워크아웃 신청 사실 밝힌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태영건설발(發) 위기가 건설 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다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혀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 당국은 우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강도 높은 고통 분담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이 개시되는 만큼 태영건설은 채권단이 수용할 만한 자구 계획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채권단은 특히 대주주의 사재 출연 규모와 티와이홀딩스(태영그룹 지주사)의 주요 계열사인 에코비트·SBS 지분 매각 등을 염두에 두고 자구안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일단 태영 측은 에코비트 지분은 매각하되 SBS 지분은 정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미착공 사업장도 일부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기준 미착공 사업장은 △울산 중구 반구동 공동주택 사업 △자산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개발사업 등이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이 한 달간 채권 행사 유예기간(자산 부채 실사 필요 시 3개월)을 부여하는 만큼 당장 고비는 넘길 수 있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워크아웃은 충분한 자구 노력과 채권단의 협조, 건설 경기 호전이 들어맞아야 가능하다”면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데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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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태영건설이 참여한 부동산 PF 사업장의 경우 정상화 가능성을 따져 일부 부실 사업장은 처분하기로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60곳(브릿지론 사업장 18곳, 본PF 42곳)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사업장 자체를 매각한다. 이미 조성된 PF 정상화 펀드를 활용해 매각을 지원한다.
정부는 여타 PF 사업장에 대해서도 과도한 자금 회수가 나타나는지 상시 점검하면서 옥석 가리기에 나설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태영건설 외 다른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질서 정연하게 연착륙 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긴급 처방에도 불구하고 건설 업계에서는 PF 리스크가 다른 건설사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브리지론의 만기 연장 횟수가 누적되며 사업성이 훼손된 곳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대형 건설사에 비해 지방 주택 사업장이나 오피스텔·물류센터 등 최근 분양 위험이 커진 사업장 비중이 높은 만큼 PF 우발채무 현실화 리스크와 공사 대금 미회수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도급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과중한 PF 보증으로 리스크가 시공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현재 재무지표 대비 PF 지급 보증 규모가 큰 기업들 위주로 시장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은 올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보유한 현금성 자산(2377억 원)의 3배 수준이다. 신세계건설도 과도한 부채 비율(467.9%)에 발목 잡혀 있다. 사업장도 분양 경기 저하 우려가 큰 대구 지역에 몰려 있어 미분양 위험이 높다. 현재 신세계건설의 진행 사업 분양률은 60%로 타 건설사(90% 내외) 대비 크게 낮은 상태다.
대형 증권사의 부동산 금융 담당 임원은 “지금도 시장 정상화만 기다리며 PF 대출 만기 연장을 거듭하는 사업장들이 수도 없이 많다”며 “우려해오던 PF 리스크가 불거지고 금융 당국도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 집행은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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