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주 52시간제 틀 유지키로
고용부, 우려 해소 안전장치 마련
노란봉투법 국회 재투표서 부결
올 한해 고용노동부의 최대 관심사를 꼽자면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 철회, 노란봉투법 폐지를 들 수 있다. 특히 주 69시간제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1호 정책이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고 그대로 후퇴했고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던 노란봉투법은 거부권과 함께 본회의 재투표에서 폐기 결정됐다.
주 69시간제 여론 역풍…노동개혁 운명은
정부는 올 3월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와 장기 휴가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은 나오자마자 여론 뭇매를 맞았다. 실제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10월 30∼31일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59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대 66%, 찬성 29.6%로 집계됐다.
기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 확대가 추후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4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간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3.1%로 부정적인 응답(60.5%)이 긍정적인 응답(36.2%)에 비해 훨씬 높게 집계됐다.
결국 여론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법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전 업종‧직종‧세대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진행했는데 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4분의 3은 근로시간 한도를 60시간 이내에 둬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고용부는 주 69시간제를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탄력·운영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실상 주 69시간제를 폐기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역시 근로시간 개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뒤늦게 선을 긋기도 했다.
고용부는 필요한 업종과 직종을 정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는 반면, 어떤 업종과 직종을 정할지 정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노정 갈등이 심한 상황과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했을 때 구체적인 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3월 입법은 주 52시간제 정책과 일부 업종 어려움 등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근로시간 개선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폐기된 노란봉투법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였고 민주당의 대선과 총선 공약이기도 한 노란봉투법의 큰 골자는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측에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를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방으로 규정하고 있어 하청업체의 노동자는 원청업체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가 어려웠다.
이와 함께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과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노동쟁의를 이유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의당이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인 일명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원청업체를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방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과 노동자 모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되 폭력이나 파괴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노동조합과 노동자에게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러한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처리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했다. 12월 1일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의 재논의가 결정됐다.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캐스팅보트를 쥔 여당이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었기에 사실상 재통과는 불가능했다.
이후 12월 8일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시 한번 재투표를 강행했지만 가결 175표, 부결 115표, 기권 1표가 나오면서 부결됐고 자동적으로 폐기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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