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계묘년 국회 마지막 날인 금요일, 총선을 치르는 해를 앞둔 의원회관은 고요했다.
반면 국회 본청은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복도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일 뿐 조용했다. 의원’비서관’보좌관’취재진들을 비롯해 각종 세미나로 항상 붐비던 평소와 사뭇 달랐다.
전날(28일) 본회의로 의사일정을 마무리하고 연휴를 앞둔 주말이라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들 대부분 지역구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회관의 분위기와 대비되게 임시국회가 끝났음에도 국회 본청은 한동훈 위원장의 존재감으로 인해 뜨거웠다. 취재진들이 한 위원장의 첫 행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특히 한 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한 두 사람이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한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관계가 편치는 않아 만남에는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다만 첫 번째 상견례인 만큼 두 사람 모두 서로 덕담과 당부의 말을 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제가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 굉장히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도 흔쾌히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오늘은 제가 대표님을 처음 뵈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든 국민의힘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될 제일 중요한 일은 민생을 챙기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 아니겠느냐”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이임식 당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내년 초에 진행할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전세사기특별법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한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 나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김 의장은 한 위원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당의 혁신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위원장의 취임사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말하며 특히 ‘동료시민’을 강조한 그의 연설에 대해 되짚기도 했다.
이어 “정치인은 적어도 20~30만 명의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라며 “주민의 대표로 회의체를 구성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의장이 공무원과 정치인의 차이를 설명한 것은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 출석 때마다 의회를 무시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 의장은 이어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갈등을 조정하는 것을 잘 하려면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 비대위원장은 용모도 스마트하고, 머리도 스마트하니 말씀도 스마트하더라.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한 위원장은 김 의장의 조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한 위원장은 “저는 평소에도 의장님의 품격과 상생의 정치인의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대단히 존경해왔다”며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정신을 잘 생각하며 공통저을 찾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더 배우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공개 회동 뒤 비공개로 진행한 회동에서 한 위원장에게 다음달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김 의장을 예방한 뒤 백브리핑이 예고돼 있었지만 다음 일정이 빠듯한지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위원장은 김 의장과 공개회동 말미에 “일정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오전 10시30분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원로인 故정의채(바오르) 몬시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국회로 돌아왔다.
한 위원장은 오후 2시 국회 본관에 있는 당대표실에서 비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상견례를 겸 첫 회의를 주재했다.
한 위원장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비공개 회의에 앞서 비대위원들을 섭외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장동혁 신임 사무총장, 홍영림 신임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선거에서 승리도 중요하지만 ‘공공선과 공동의 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피벗 플레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피벗 플레이는 농구에서 두 발을 다 떼지 않고 한 발을 고정한 채 다른 발을 움직이는 동작을 의미한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용 악법을 통과시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들과 국민의힘이 구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각 비대위원이 선임된 배경을 설명했고 각 위원들에게 인삿말을 할 시간을 줬다. 한 위원장은 윤재옥 비대위원을 소개하며 “윤 대표님께도 임명장을 드리는지 몰랐는데요”라고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팀이 패기와 열정 투사하면 관록과 신중함, 합리적인 판단력까지 장착하실 수 있게 해 주시는 분”이라고 추켜세우며 윤 대표의 신중함과 판단력, 그리고 결단을 전적으로 의지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와 회동 전에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았다. 한오섭 수석은 한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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