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월(3.3%)보다 소폭 둔화했다. 하지만 폭설 등에 따른 기상 악화로 농산물 등 가격은 이달에도 115.7% 올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지속됐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3.6%로 집계됐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2% 상승했다. 지난 8월(3.4%)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10월 3.8%까지 상승했던 물가상승률은 11월(3.3%)에 이어 조금씩 둔화하는 흐름이다.
지난달보다 물가가 소폭 둔화한 배경에는 가공식품, 공업제품 등 물가 영향이 있다. 가공식품은 11월 5.1%에서 4.2%로 낮아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과 기타 공업제품(반려동물용품과 가방 등)에서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해당 품목이 크게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는 “12월 농산물 가격은 올랐지만 석유류, 가공식품, 내구재 등 공업제품 가격이 둔화했다”며 “기저효과와 함께 원자재 가격 등 부담이 줄어들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유가도 안정된 흐름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글로벌 수요부진 우려, 중동사태 확산 가능성 축소 등으로 지난 27일 두바이유 기준 70달러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12월 석유류 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5.2% 떨어졌다. 지난 9월 -4.9%, 10월 -1.3%, 11월 -5.1%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심의관은 “경유 가격은 3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11월 -13.2%에 이어 12월에도 -14.5%를 기록했다”며 “국제 유가가 안정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유류세 인하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폭은 2.8%로 11월(2.9%)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생활물가지수는 3.7%였다.
농산물 가격은 이번 달에도 큰 폭으로 올랐다. 11월 13.6%에 이어 이달에는 15.7% 오르면서 농축수산물 물가(7.7% 상승)를 주도했다. 사과가 54.5%, 토마토는 45.8% 뛰었다. 기상 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의 영향이 컸다. 신선식품지수 또한 이번 달에 14.5%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1년 8월(14.5%)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폭우와 폭설 등에 따른 기상 여건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사과 등은 재배면적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연간 소비자물가 지수는 3.6%…농산물 10월 이후 두자릿수대 상승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보다 3.6% 올랐다. 물가가 폭등한 지난해(5.1%)보다는 둔화했지만, 2021년(2.5%)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올해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등의 가격 인상으로 20.0% 뛰어 전체 물가를 견인했다. 관련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농산물(6.0%)과 수산물(5.4%)을 중심으로 3.1% 올랐다. 올해 하반기 들어 농산물 가격은 여름에는 폭염, 가을에는 이상저온 등의 영향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10월과 11월(14.7%), 12월(15.7%)에는 석 달 연속 두 자릿수대로 올랐다. 특히 사과(24.2%), 귤(19.1%), 딸기(11.1%), 파(18.1%) 등의 상승폭이 컸다.
농수산물의 가격은 당분간 안정세를 회복하기 어려워 서민 장바구니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 심의관은 “과실류 등은 정부가 수입을 확대하는 등 경우가 있지만, 한두 달 안에 이 수준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상 여건 등 변화로 과일가격이 높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소형과 등을 추가 수입하는 등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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