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쓰나미’에도 굳건한 재정운영
물가 관리 철저 …‘추경 불호’ 입장 지켜
1년 8개월 재임 마무리
윤석열 정부 1기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이임식을 끝으로 1년 8개월 간의 부총리 일정을 마쳤다. 추 부총리는 이제 대구 달성군(지역구)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대외 여건 악화로 물가가 재반등하는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민생 안정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후 세심한 ‘물가 관리’…작년보다 3% 넘게 낮아져
추 부총리가 취임한 직후부터 한국경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고(高) 악재에 시달렸다. “물가상승으로 민생경제 어려움이 계속되는 만큼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내걸었다.
눈앞에 놓인 현실은 혹독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까지 치솟는 등 복합적 위기에 시달렸다. 비상이 걸린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결국 지난 6월 2%대로 끌어내렸다. 이후 8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보이지만 취임 초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 11월 추 부총리는 “모든 부처가 물가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며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원유값이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라 안심할 수 없지만 관계 부처가 총동원돼 물가안정 조치에 나서 물가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 부총리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내년 2월까지 연장했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와 경유는 종전과 같이 ℓ당 205원, 212원 가격 인하 효과를 유지한다.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를 연장한 것은 중동정세 불안과 국제 수급상황 등에 따른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 물가 불안요인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일부 농축수산물에 대해 저율할당관세 등을 적용하고 공급량을 관리하며 민생 부담을 덜어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로, 관세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지 제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울러 추경 편성 등 재정 추가 투입 요구를 단호하게 일축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묵묵히 지킨 것은 물가관리에 탁월했다는 평이다.
허리띠 졸라맨 1년 8개월…내년 예산 올해보다 2.8%↑
추 부총리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 확장재정을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 부총리 이름에 빗대 ‘추경 불호(不好)’라고 했다.
부총리 부임 당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2022년 1075조7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0%에서 50.1%로 크게 상승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윤 정부 첫 예산을 전년보다 5.2% 증가한 639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전환을 확고히 한 이유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 안전판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내년 예산은 총 696조9000억 규모로 마련했다. 올해보다 2.8%(18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편성한 것이며 2005년 재정 통계 정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편성 과정에서 불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비 등 23조원 규모의 과감한 지출은 구조 조정하면서도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예산은 오히려 늘려 호평을 받았다.
이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 내 증액’ 조정 원칙에 따른 결과였다. 확정 예산에서는 재정 건전성 개선뿐만 아니라,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증액 반영됐다. 이에 정부 예산안보다 3000억원 낮은 내년 예산안을 어렵게 통과할 수 있었다.
‘역대급 세수펑크’ 오점…내년 韓 경제 긍정적
59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것은 경제사령탑으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세수 부족분을 막기 위한 일시 대출금만 올해 초부터 지난 9월가지 113조원에 달한다. 이자비용은 무려 약 1500억원이었다. 추 부총리는 세계잉여금, 기금 여유재원 등으로 구멍 난 세수를 메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400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세수 재추계 결과 여기서 59조1000억원(14.8%) 부족한 341조4000억원으로 나왔다.
이외에도 추 부총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상반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외쳐왔지만,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와 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4%로 낮추는 등 빠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다만 내년 경제는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가 제시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3%보다 0.1%포인트(p) 낮지만 올해보다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는 같은 수치다. 한국은행은 0.1%p(포인트) 낮은 2.1%로 예상했다.
굿바이 추경호…“친정서 행복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친정(기재부)에 다시 돌아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재부 직원 200여명이 모여 추 부총리 이임식을 함께했다.
추 부총리는 “취임 당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기재부는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려운 순간 들을 해쳐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민생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곳곳에 경제 숙제들이 남아있다”며 “(여러분이라면) 이겨내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추 부총리는 3선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 민생의 바다로 간다”며 “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고 국민 사랑과 신뢰받는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중앙에는 ‘달성 FC’ 유니폼을 입은 추 부총리가 삼선 슬리퍼를 양손에 든 합성 축하 사진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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