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린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인천의 한 무인매장 입구에는 눈이 쌓인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손님들이 미끄러질까 봐 입구 앞에 매트도 깔려 있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매장 근처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이른 새벽부터 가게 앞 눈을 치우고 있었다. 감동한 해당 매장 점주는 어르신에게 케이크를 선물했다.
25일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따뜻한 이야기 하나 올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인천 중구에서 무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글쓴이 A씨는 24일 오전 매장을 방문해 청소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는 “무인매장이다 보니 손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매장에 방문해 청소부터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매장 앞은 벌써 눈이 치워져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행인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려는 듯 천이 깔려 있었다. A씨는 일 잘하고 성실한 아르바이트생이 한 일이라 생각해 대견한 마음에 문자를 남겼는데, 아르바이트생은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 싶어 CCTV를 돌려보던 A씨는 깜짝 놀랐다. 눈을 치운 사람이 매장 근처에서 손수레로 폐지는 줍는 노인 B씨였다. A씨는 “(B씨가) 제 매장에 눈을 치워주고 담요를 깔아주는 영상이 있었다”며 “동도 트기 전인 이른 아침에 폐업으로 문을 닫은 옆 카페까지 눈을 치워주고 계셨다”고 감동을 전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해가 아직 완전히 뜨지 않아 어두웠지만, B씨는 폐업으로 더 이상 영업하지 않는 옆 카페 앞에 쌓인 눈도 치웠다.
A씨는 “며칠 전 낮에 매장에 갔을 때 손님은 없었는데 누가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었다”며 “손님이 충전하고 안 가져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B씨(의 휴대전화)였고 그때 모른 척하고 청소만 하고 왔다. 그래서 그런 것(답례로 눈을 치워주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고 크리스마스이기도 해서 (B씨에게 드릴) 작은 케이크를 선물로 준비했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박스 위에 살포시 놓고 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시 구절을 인용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되새기며 주변에 고마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며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해당 글에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글 읽고 미소 짓고 간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다” “사장님도, 그분도 참 좋으신 분들이다. 각박한 세상에 이런 분들이 있어서 세상이 살 만한 것 같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고 한다” “연말에 이런 따뜻한 글은 선물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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