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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내년에도 세계 성장 버팀목…미·중 갈등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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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상외로 호조를 보인 미국 경제가 내년에도 완만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를 이끌 것이란 국내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 경제가 아직 성장 동력을 되찾을 거라고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고, 세계 교역의 긴장감을 키우는 미·중 갈등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여전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美, 내년 세계 경제 버팀목”…韓 호재

국립외교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 국제정세전망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2024년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미국 내 개인소비의 견고한 확대를 토대로 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연휴 시즌에 쇼핑한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생각 외로 지갑을 많이 열었다”며 “실물 경기에 있어서도 선전하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호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 대목인 연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기간 중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했다.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만 해도 한국 경제는 고금리와 반도체 경기 부진, 중국 성장세 둔화에 크게 주춤했으나, 미국 경제 호황으로 대미 자동차 등 수출이 늘면서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는 (미국 경제 호조로) 환율 영향이 커지면서 곤혹스러웠다”면서도 “지금은 오히려 미국 성장률이 높은 게 우리 수출에 좋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연착륙했으면 좋겠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내년 美경제 따라 ‘대선·한미 관계’ 휘청

내년 미국 경제 상황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한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는 물론 한·미, 미·중 관계 등에도 상당한 파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미국 내 고물가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낮은 상황이지만 내년 전쟁이 종료 국면에 접어들고 미국 물가, 경제 상황도 더 나아지면 판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게 국립외교원 설명이다.

민 교수는 “지지율은 경제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년 1~2분기 미국 경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 상황이 긍정적으로 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판세가 형성될 수 있다. 유권자들이 바이든의 정책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지금과 비슷한 경제, 정치적 관계가 이어질 수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면 한·미 교역이나 한·미·일 협력 구도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 협력의 중요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국력 낭비 최소화, 통상에서 미국 이익 극대화 부분이 노골화될 것”이라며 “방위분담금, 경제, 메시지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는 계속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中경제 여전히 어려워…미·중 갈등도 계속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 경제는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도 성과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내년 중국은 올해 부각된 경제 불안 요인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당 중심의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은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압박 하에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진백 국립외교원 중국외교센터 교수는 “중국이 성장 동력을 만들려면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한데,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에선 어려워지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중국의 저성장 경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그게 중국 인민들에게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위험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교역 분절화 현상을 가속화시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미·중 패권 갈등 역시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중국이 나뉘어 블록 간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하면 우리 수출은 최대 10%, 글로벌 수출은 4% 내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외교원은 “내년에도 미국은 중국과의 관리된 경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내 반중 정서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후보 모두 대중국 정책을 계속 강경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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