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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대출금리·수수료 담합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절차가 이르면 이번주 시작된다.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의 경쟁을 촉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지 10개월 만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은행권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이르면 이번 주 발송할 예정이다.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 보고서가 발송된다는 것은 은행권의 위법성을 포착하고 본격적으로 제재 절차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그간 은행권의 대출금리·수수료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2월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은행, 6월에는 기업·농협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금리 인상기를 틈타 은행권이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의사소통을 했고 시장 지배적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다른 은행들이 따라 올리는 암묵적 담합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 대한 공정위 제재 절차가 시작되는 것은 약 8년 만이다. 공정위는 2016년 1월 은행권에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금리 담합에 대한 제재 혐의가 담긴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같은 해 두 차례의 심의에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제재 절차를 종료한 바 있다.
은행들은 담합 논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금리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든 비용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연합회가 산정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특히 코픽스는 자금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은행채 금리와 예금금리 등을 반영해 산출돼 개별 은행이 관여할 여지가 사실상 없다.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동행하는 게 ‘암묵적 담합’이라는 의혹을 두고서도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코픽스 등 준거 금리가 움직인 영향이라는 논리다. 시중은행에서 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도 차주별 신용도나 담보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은행 간 담합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예금금리는 특정 지표에 연동하지 않고 은행들이 수익성 등을 고려해 임의로 정한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를 산정할 때는 은행이 개입할 틈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 조사가 혐의를 입증하는 것보다 대출금리 인하 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국 입김에 2조 원이 넘는 ‘상생 금융’ 재원을 토해낸 지 일주일 만에 정부가 또다시 은행을 겨눈 데 대한 불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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