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의 무역규제 확대와 지정학적 분절화, 중국 경제 구조 전환 등으로 글로벌 교역 성장세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한 진영을 만들고 중국과 러시아 등 반대 진영과 무역 장벽을 세우고 블록 간 관세 15%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은 장기적으로 10%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최근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부 국가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로 글로벌 분절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다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다변화에 따른 이득도 큰 편이다.
한은은 시나리오별 분석을 통해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의 잠재적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주요국들이 전기·전자나 운송장비 등 첨단 산업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수입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 우리 수출은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을 중심으로 3% 안팎으로 감소한다. 글로벌 수출 감소 폭 2%보다 크다.
주요국들이 두 블록으로 나눠 블록 간 무역장벽을 강화하면서 상호 수입관세 15%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진영 안에서도 국가들끼리 상호 수입관세 2.5%를 부과하는 등 분절화가 심화되는 시나리오에선 우리 수출은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출이 4% 안팎으로 감소하는 것보다 영향이 크다. 수입관세 15%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8~2020년 동안 대중 수입관세를 3.1%에서 19.3%로 인상한 사례를 고려해 가정했다. 한국은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EU, 영국·호주 등 서방국가, 일본·대만 등 동북아국가 등과 한 블록에 속한다고 보고 추정했다.
마지막으로 블록 간 분절화가 심화됐으나 블록 내 장벽은 완화해 상호 수입관세를 2.5% 인하하는 경우 우리 수출은 3% 중반, 글로벌 수출은 2% 중반 정도로 감소한다. 분절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상당 폭 줄어드는 것이다.
한은은 주요국 산업정책이나 무역규제, 미중 교역 분절화 움직임, 중국의 경제구조 전환 등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에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손민규 한은 조사국 차장은 “급변하는 교역 환경에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수출의 품목별·지역별 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도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기술제휴를 확대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