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엔저(円低)에 일본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일본 시장 투자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이 올 하반기 5억341만 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까지 가장 높게 집계된 분기별 순매수 금액은 2021년 상반기 3억4554만 달러였다. 이후 순매도 3458억 달러를 기록한 2022년 하반기까지 이렇다 할 자금 유입이 없다가 올해 들어 분위기가 뒤집혔다. 올해 상반기 순매수 1억3203만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 5억 달러선을 돌파한 것이다.
일학개미들의 투심은 이미 투자한 외화자산으로도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 보관금액 통계에 따르면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2023년 하반기 69억8646만 달러다. 2022년 하반기 대비 40.2%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다.
이러한 흐름에는 엔저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매력도가 떨어진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이탈한 투자금이 일본 증시로 유입된 효과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주식 보관금액(채권 제외)은 2021년 상반기 62억1748만 달러에서 하락세를 이어 올 하반기 21억5116만 달러까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홍콩 주식 보관금액도 76억7729만 달러에서 34억9652만 달러로 반 이상 증발했다.
지난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증권가는 엔저 시대를 이끈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엔저에 이끌린 일학개미들의 투심도 2024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지난 15일 보고서에 “일각에서 예상하는 마이너스 금리 폐기는 내년 상반기 실현에 무게가 실린다”며 “인플레이션은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상회했으나 실질 임금은 아직 마이너스에 머물러 디플레이션 해소를 확신하기 어렵고 수출 부양을 위한 엔저 정책 필요성이 남아 있다”고 예측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22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정도의 임금 인상이 내년 현실화하면 기업들이 인건비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며 물가 선순환이 나타나 통화정책 정상화를 유도할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면서 “분기 경제 전망이 1, 4, 7, 10월에 발표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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