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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행동주의①] 정부 주도로 급성장…출발은 ‘이토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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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김민영 팀장
디자인 = 김민영 팀장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일본 행동주의는 2014년부터 꾸준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증시에서 활동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2014년 7개, 2017년 16개, 2020년 44개등 꾸준히 늘다가 올 상반기에는 69개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10년새 1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함께 타깃이 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관련 조사 기관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행동주의 타깃이 된 일본 상장사는 지난해 기준 108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21년 67개)에 비해 1년새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흥미로운 건 이 움직임 이면에 일본 정부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을 담은 ‘이토 리포트’를 통해 최근 10년간 행동주의 확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행동주의 확산 배경엔 ‘기업 거버넌스 개혁’ 내세운 이토 리포트

일본에서 행동주의가 확산된 배경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이토 리포트’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14년 공개된 이토 리포트는 2012년 아베 신조 내각이 집권 후 경제 성장을 위해 발표한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정책 중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관련한 정책이 포함됐다. 리포트에서는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특히 △ROE(자기자본이익률) 향상 △PBR(주가순자산비율) 중심 정책 소통 △투자자 소통 강화 등을 내세웠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선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상장기업 ROE 목표를 1차 8%, 2차 10%까지 목표를 제시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일본 상장기업의 ROE는 약 9%로 미국 20%, 유럽 16%에 비하면 여전히 낮지만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다. 

또 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2015년엔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해 기업이 중장기적 사업 경쟁력 확보와 투자자 수익 증진을 목적으로 거버넌스 경영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최근 지난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기업의 약 43%를 차지하는 PBR 1배 이하 기업에 대해 주가 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투자자 소통을 위해선 2014년 2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일본공적연금(GPIF)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 의결권 사용 등 주주관여 활동 확대에도 나섰다.    

일본증시에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자 국내외 투자자들은 기업과 건설적인 대화와 장기 투자로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기대 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됐다.

10년간 이어진 정부의 노력으로 연초대비 니케이225 지수는 30% 상승했고, 도쿄 증권거래소 토픽스 지수도 25%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3%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기업·투자자 ‘공용어’ 만들자 외국인 자금 몰렸다 

이토 리포트가 주는 또 다른 의미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공용어’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리포트에서는 투자자, 기업, 금융기관의 협동·대화를 촉진해 기업 가치를 향상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가치 협창 가이던스’를 강조했다.

이토 리포트 발간 이전에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랐다. 기업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으로, 투자자들은 ROE와 PBR 등 주가 관점으로 접근해 양측의 소통이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이 기업에 ROE 목표와 PBR 상향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목표와 주가상승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은 동일한 목표를 좇게 됐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가 지난달 개최한 행동주의펀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토 리포트의 핵심 화두는 PBR과 ROE 등 기업가치 중심으로 기업과 투자자 언어를 통일 시키자는 것”이라며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유입으로도 이어졌고, 외국인의 자금 유입도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토 리포트’ 발간 이후 일본의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지면서 일본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은 활성화 됐다. KB증권에 따르면, 이토리포트 등장 후 외국인의 연간 일본증권시장 자금유입액은 지난 2014년 34조7591억엔(약 317조6406억원)에서 2018년 48조2839억엔(441조2349억), 2022년엔 56조4818억엔(516조1501억)으로 꾸준히 늘었다. 

미국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버핏 회장도 지난 4월 일본 방문 후 “일본 기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학계 “기업·투자자 공동 목표 설정 인상적”..국내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도  

학계에서는 정부 주도로 일본 기업과 투자자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본의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좌측)와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일본이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투자자, 민간기업이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움직였다는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국내에선 기업들은 주식가치보다 영업이익만 바라보고 있고, 투자자들은 단기 투자나 PBR이 과도하게 높은 종목만 찾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와 기업이 PBR에 관심을 갖고, 목표를 하나로 맞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는 “일본 정책변화가 시작된 2014년 당시에는 투자자로서도 일본 기업과 미팅을 잡기도 어려울 정도 였는데, 9년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며 “일본처럼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도 행동주의 시간이 확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모델을 국내에 도입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일본에서 저평가 개선을 위해 제기된 주요 아젠다를 국내행동주의펀드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 주도로 일본이라는 국가의 특수한 배경을 안고 도입된 제도들이기에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업에 제기하고 있는 이중상장, 상호주 관련 문제들은 행동주의펀드가 국내기업에도 지적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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