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의 ‘부동산 거래 빙하기’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0건대 밑으로 주저앉는 것이 확실시되고, 이달에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종료를 기점으로 매수세가 얼어붙기 시작한 데다 집값도 최근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시장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26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28건으로 집계됐다. 거래 신고 기한(1개월)이 남아 있지만 지금 흐름대로라면 올해 1월(1412건)보다도 적은 연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11월의 경우 거래량이 1792건으로,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로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10개월 만에 2000건대를 밑돌 전망이다.
지난해 7~12월 세 자릿수를 기록하며 ‘거래 절벽’에 시달렸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올해 정부의 1·3 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영향으로 1월부터 늘기 시작해 4~8월 3000건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9월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면서 10월 2310건으로 떨어지더니 11월, 12월에 급격히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12월에는 수천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5건을 웃도는 거래가 없을 정도로 매수 심리가 차갑게 식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가구 수를 자랑하는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이달 거래가 4건에 그쳤고, 잠실 파크리오(6864가구)와 잠실엘스(5678가구)도 각각 3건만 거래됐다.
갭투자 또한 급격하게 줄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월 810건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갭투자는 10월 320건으로 급감하더니 11월엔 186건, 12월 이날 기준으로는 26건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어 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책 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급격한 거래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고금리, 정책대출 축소, 집값 고점인식, 경기침체 등 다양한 요인으로 거래가 줄어들었다”며 “금리인하 등 현 상황을 바꿀 만한 이슈가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은 거래가 위축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특례보금자리론 중단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있는 지역 집값이 직격탄을 맞았다. 고가 지역과 아파트값 격차가 벌어지게 돼 1주택자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주춤해지면서 겨울 비수기 거래 절벽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월 신생아 출산 가구 등 또 다른 정책대출이 제공되며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신축 등 일부 지역 거래량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대출 가능 대상이 한정돼 올해 특례보금자리 대출만큼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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