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건설업종 대출 잔액이 11월 말 현재 23조2387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 늘었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46% 불었다. 연체율 상황도 안 좋다. 2021년 말 0.21%, 2022년 말 0.26%에서 올해 11월 0.45%까지 치솟았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건설업종 연체율이 0.83%까지 뛰었다. 2018년 2분기 말 1.19%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5대 은행 연체액 규모는 지난해 말 524억 원에서 현재 1051억 원으로 약 1년 새 2배 늘었다.
부동산발 금융 불안의 중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있다. 5대 은행 잔액은 11월 말 기준 18조2404억 원으로 올 초보다 3조7917억 원 늘었다. 은행권은 2금융권과 달리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지 않다. 대부분 선순위 보증을 바탕으로 대출이 이뤄져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할 순 없다.
부동산 PF는 미래 개발 수익을 담보로 시행사가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형태다. 저축은행, 보험, 카드사, 증권사 등 2금융권이 대출을 주도한다. 지금 같은 불황은 시행사는 물론 건설사, 금융기관 모두에 큰 부담이다. 금융기관 부동산 PF 연체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1.19%였던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2.42%로 올랐다.
직격탄이 이미 건설업계를 향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16개 건설사의 PF 보증 총액은 28조3000억 원이다. 2020년 이후 매년 5조 원가량 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중 부도 처리된 건설사가 종합 3개, 전문 5개 등 8개 사에 달한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8년 이후 월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관련 업계 안팎에선 도급 순위 상위 건설사의 부도설, 워크아웃설도 돌고 있다.
2금융권의 부실 징후 또한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한신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47개 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3%에서 올해 6월 말 6.5%까지 약 5배 상승했다. 조사 대상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나 됐다. 비상시 손실 흡수가 얼마나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세상을 태우는 그 어떤 큰불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돌아봐야 한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급하다. 옥석 가리기부터 손댈 일이다. 우량 회사·사업인데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위기로 빠져드는 곳은 지원을 확대하고, 한계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 가까스로 되살아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을 활용해 업계 전반의 부실 요인을 효율적으로 털어내야 한다. 연명 치료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차제에 단호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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