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후 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고 예고하면서 최근 주춤한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와 재건축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 폐지에 이어 노후 단지의 안전진단까지 사라지면 노후 단지가 집중된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25일 정부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절차 합리화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앞으로 정비사업 착수 요건을 노후성으로 바꾸겠다”고 발언한 직후 주관 부서인 국토부가 정책 발표를 공식화한 것이다. 해당 방안으로는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 폐지’가 우선 거론된다.
정책 방향 발표 이후 시장에선 발 빠르게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 곳이 등장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수서삼익’ 아파트는 22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비용 모금에 나섰다. 이 단지는 총 645가구 규모로 1992년 준공돼 올해 32년 차를 맞았다. 안전진단이 폐지되면 재건축 사업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로구에선 ‘현대연예인’ 아파트가, 노원구에선 하계동 ‘청솔’ 단지가 정밀안전진단 비용 모금 마련에 한창이다. 두 단지 모두 1989년 완공돼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훌쩍 넘겼다.
정부의 안전진단 폐지 추진 발표 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서울 내 노후 단지 밀집 지역의 매물 감소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 분석 결과, 17일 대비 이날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 물건 건수는 5521건에서 5237건으로 5.2%(284건) 축소됐다. 강남구는 같은 기간 6493건에서 6243건으로 3.9%(250건) 줄었다. 도봉구 역시 2212건에서 2127건으로 3.9%(85건) 감소를 기록했다.
현재 서울 내 아파트는 약 183만 가구로 이 가운데 준공 30년을 초과한 가구는 약 46만 가구(25.1%)에 달한다. 노후 단지의 재건축 안전진단이 폐지 절차를 밟으면 노후 단지 비중이 큰 서울은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착수 기준을 바꾸는 것은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침체했을 때 바로 아파트값 급등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적절하다”며 “(이번 정책 효과가) 시장가격에 지금 바로 반영되는 것은 어렵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될수록 해당 지역의 가격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비사업 역시 추가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 지역과 아닌 곳 등 지역 양극화가 더욱 심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노후 단지 안전진단 폐지로 재건축 착수해도 용적률 등으로 실제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단지가 많은 만큼 서울 내 수요가 대폭 늘어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수요자보다는 아파트 투자자에게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안 시행이 구매를 유인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수요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사업성 등 제한 요소가 많고 최근 시장 상황상 큰 변동을 가져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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