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지 이다빈 조서연 인턴기자 = “우리도 벌금 말고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싶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사업자 등록을 못 하는걸요.”
최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는 서울 종로3가역 포장마차에 대한 글이 화두에 올랐다. 글을 쓴 A(43)씨는 “대부분의 포장마차는 계좌이체를 선호하고 현금만 받는다”며 “카드 계산이 안 되니 불편하다”고 했다.
포장마차가 신용카드를 안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점상은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어서 카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만난 상인 B씨는 “우리도 카드 결제를 받고 싶지만, 구청에서 카드 결제 허가와 사업자 등록을 안 내준다”며 “그래서 우리가 계좌이체와 현금 결제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고정된 사업장’ 있어야 = 부가가치세법 6조 납세지에 관한 법령에 의해 사업자등록은 ‘고정된 사업장’의 주소가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다. 노점상(포장마차)처럼 고정된 사업장의 주소지가 없는 경우엔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점상이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고정된 사업장’이라는 요건을 삭제할 수는 없을까. 연합뉴스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할 수 없다.
백주연씨는 2014년에 발표한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논문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고정사업장 개념의 필요성’에서 “‘고정사업장이 없으면 과세하지 못한다’는 것이 세계 각국의 일반화된 과세 원칙”이라고 썼다. 백씨에 따르면 ‘고정사업장’이란 개념은 195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 조세조약에서 생겨났다. 이 조약에 따르면 기업이 다른 나라에 고정 사업장 없이 진출하면 그 나라는 해당 기업에 과세할 수 없다. 여기서 ‘고정사업장’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이게 세계 각국의 현 과세 기준이 된 것이다.
◇ 도로점용료는 세금? = 일부 포장마차 상인들은 도로점용료로 세금을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종로3가 포장마차 지부장 박모씨에게 포장마차 소득세에 관해 물으니 “도로점용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서울시 거리 가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불법 무허가 거리 가게의 허가제 전환을 통한 제도권 내 관리가 목적이다. 개선사업을 통해 제공한 거리 가게 판매대에 대한 이용료와 도로법상 적용되는 도로점용료 등을 받는다. 도로점용료는 도로법 61조 ‘도로의 점용 허가’와 도로법 시행령 54조 ‘도로의 점용 허가 신청 등’에 따라 허가증을 받고 해당 지자체에 납부해야 한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도로점용료를 계산해서 월 10만∼20만원 수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로점용료는 각 지자체에서 노점 자리에 대한 비용을 청구한 것이어서 세금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운 변호사는 “도로점용료는 포장마차 상인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로 내는 것”이라며 “소득세는 당연히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당 공무원이 노점상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매출액에 관해 물어도 포장마차 상인들이 재산 신고에 동의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액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 푸드트럭은 왜 합법? = 예외가 있었다.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정부는 푸드트럭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유재산법 시행령 13조 3항 19호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푸드트럭 영업자를 선정해 영업을 허가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17년 9월 “서울특별시 음식판매자동차 영업장소 지정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푸드트럭 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조례를 통해 영업할 수 있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자체장이 필요한 경우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
푸드트럭은 고정된 사업장이 없다는 점에서 포장마차와 비슷하지만, 적극적으로 관련 조례를 규정해 상황이 달라졌다. 푸드트럭은 거리를 임차하는 개념이어서 영업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허가된 지역에서 영업하고자 하는 푸드트럭 상인은 공유재산법 시행령 31조 2항 공시지가를 따라 산정된 도로점유료를 지자체에 납부한다.
푸드트럭이 성공한 정책이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전영평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청년 실업률이 높아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포장마차 규제 완화를 내세운 것이었다”며 “노점상 등 다른 이동식 사업장과 비교할 때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 푸드트럭 규제를 완화해준 건 실패한 정책이다”고 말했다.
2016년에 서울시에서 발표한 ‘2016 음식판매자동차를 이용한 음식점 영업절차·위생·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푸드트럭 상인은 공개 모집으로 희망자에게 사업계획서를 받아 공개 추첨이나 자체 평가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특히 청년과 취약계층 등 취업 애로 청년을 우선으로 선발했다.
전 교수는 덧붙여 “포장마차 상인은 돈이 없어서, 푸드트럭 상인은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다. 노인이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도 있고, 청년이 포장마차를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둘의 잣대를 나눌 순 없다”고 말했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13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고정된 사업장이 아닌 포장마차도 영업 신고를 통해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노점 실명제를 통해 지자체가 노점상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며 “서울시에서 하는 거리 가게 허가제처럼 노점상 명단에 등록해 사업자 등록을 강제하지는 않더라도 불법을 피하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태조사를 통해 노점상의 유형을 분류해야겠지만, 대개 밀집 지역에서 행해지는 노점상은 실명제로 관리할 수 있다”며 “차량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매일매일 장소를 번개처럼 옮기지는 않고, 어느 정도 정형된 틀 내에서 장소를 옮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실태는 = 서울시에서 발행한 거리 가게 허가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의 거리 가게는 5천443개로 나타났다. 이 중 허가된 거리 가게는 1천872개로 34.4%에 불과한 상황이다. 2018년 6천669개에 비해서 운영 중인 포장마차의 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무허가로 영업하는 거리 가게가 3천570곳에 이른다.
노점상은 수십 년간 도심 속에서 경제적 약자로 인식되어 공공도로 점용 허가와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 211조는 노점상에게 영수증 발급 의무를 면제하고,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71조는 노점상에게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면제해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어서 노점상인들의 소득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방법이 없다.
월수입이 수천만 원 이상인 포장마차 상인도 노점상이라 불리며 경제적 약자로 비치는 경우도 있다. 조희래 한양길(종로3가역 3번 출구∼8번 출구 도로) 상인회 대표는 “몇몇 포장마차 월수입이 수천만 원 이상인 건 주변 상인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대부분 포장마차 당 4∼5개의 테이블이 밤새워 회전하니까 수천만 원 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장마차업은 별도의 업종코드가 없어 세금 신고 사례와 사업자 등록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라며 “포장마차에서 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 결제하는 경우 매출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자체 모니터링과 소비자 제보 등을 활용해 세원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포장마차업에 대한 소득세 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포장마차 세금에 관련된 것은 부가가치세법 이외에 다른 규정이 없다”라며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라서 매출액 등을 신고하지 않으니 소득세도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애초에 부가가치세 적용 대상이 아닌데 소득세를 말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변호사는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를 면제한 상황에서 포장마차의 소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상인의 말뿐”이라며 “상인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징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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