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사태 원인으로 ‘LH 전관 카르텔’ 지목
국토부, LH 혁신방안 발표했지만…실효성 의문
박상우 장관 후보자, 전관예우 지적에…국토부 “공정 절차 밟아”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고 나서 철근 누락 사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휩쓸었다. 정부가 지목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전관 카르텔. 설계와 시공, 감리 모든 영역에서 부실이 드러난 가운데 LH 퇴직자들이 취업한 전관 업체 상당수가 LH의 설계 및 감리용역을 맡아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LH를 수술대 위에 올리고 지난 12일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LH 중심으로 굴러가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민간 참여를 통해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하고 설계·시공 업체 선정 권한은 조달청, 감리 업체 선정 및 감독 권한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퇴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은 현행 2급 이상(부장급)에서 3급 이상(차장급)으로 확대하고 취업심사 대상업체도 설계·감리업체에 대한 자본금·매출액 기준을 삭제·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2급 이상의 LH 전관이 퇴직 3년 내 재취업한 업체는 입찰 참가가 제한되고 3급으로 퇴직한 전관이 재취업한 업체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으로 대폭 감점할 방침이다.
앞으로 LH에 전관 카르텔을 넘어 전관 자체를 지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건설 업계에 문제가 되는 전관 카르텔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취재 중 만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LH 권한을 이관하는 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 아니겠나”라며 “재취업 심사 대상을 넓히고 입찰 참가 기준을 넓히는 것도 까다롭게 살펴야 한다. 대다수 열심히 일하는 LH 직원들 입장에서는 사기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관 카르텔이 문제인데, 카르텔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고 전관 자체를, 그것도 LH 전관만 틀어막는 게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이라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전관 카르텔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전관 카르텔 논란을 해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박 후보자는 2019년 4월 LH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관련 전문가들과 2020년 2월 해외 부동산개발 컨설팅업체인 피앤티글로벌을 설립하고 사내이사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피앤티글로벌은 해외건설협회와 함께 지난해 9월 LH가 발주한 ‘베트남 산업단지 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운영관리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수주했는데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박 후보자는 당시 공직자윤리법과 LH 사규에 따른 기준을 준수했으며 전관예우에 대한 특혜나 입찰 과정에서의 편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기대수명이 80년이 넘는 요즘 퇴직 후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순적이게도 LH 전관을 틀어막는 방안을 발표한 국토부에서도 논란이 발생한 이후 당시 피앤티글로벌은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며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현재 정부의 LH 혁신방안으로는 전관 카르텔 뿌리를 뽑기 어렵다. 지난 2021년 LH 투기사태 이후 혁신방안을 마련하고도 2년 만에 새로운 혁신방안을 발표한 것처럼 2~3년 뒤 또 다른 대책을 발표해야 할 수도 있다. 부디 새로운 국토부 수장은 전관 카르텔의 싹을 자를 시스템 개선 방안을 보다 더 깊이 있게 고심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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