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말 양도세를 피하려고 보유한 주식을 내다 파는 슈퍼 개미들(종목당 10억원 이상 주식 보유) 때문에 휘청거리던 우리 증시가 한시름 놓게 됐다. 대주주 기준이 완화되며 연말에 보유 주식을 팔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윤석열 정부가 주식 ‘대주주’ 분류 기준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시행령 개정안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2024년부터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의 범위가 기존 종목 당 10억원 이상 보유자에서 50억원 이상 보유자로 좁혀진다.
대주주 기준이 종목 당 10억원 이상으로 바뀐 2020년부터 개인 고액 투자자들이 12월만 되면 집중 매도하는 관행이 생겼다. 과세 기준일인 12월 31일 이전까지 장내에서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을 만큼의 주식을 남기고 보유 물량을 털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12월 중순 들어 정부 발표 전까지 개인의 투매가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7거래일(12월 12~20일) 동안 개인은 코스피에서 4조6800억원, 코스닥에서 2400억원 등 4조92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7거래일(12월 1~11일) 개인 순매도 규모는 2400억원이었다.
이러한 매도 관행은 12월 국내 증시 변동성을 높이고 다른 투자자에게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계획대로 시행령을 고치면 앞으로 보유 물량이 10억원 이상인 투자자가 세 부담을 덜겠다고 일제히 투매에 나서는 일이 줄고 이로 인한 주가 지수와 종목 수급 등의 시장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다.
실제로 정부가 21일 오전 장중 양도세 관련 법령 개정을 발표한 이후 시장에선 개인들의 매수가 소폭 증가했다. 다만 이날 전반적인 약세장 흐름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며칠간 신고가 행진을 잇던 미국 증시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피에 영향을 줬고, 코스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는 증시 변동성 완화와 종목 수급 안정화가 연말 주가 지수와 소액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코스닥협회 측은 정부 발표에 대해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인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보다 원활한 투자활동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도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으로 인해 해마다 반복됐던 대주주들의 세금 관련 매도물량 출회 감소로 하락 변동성 및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의 연장선으로 판단되어 향후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 여부에 따라 과세 대상 인원과 세수가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2021년 관련 기준을 충족해 상장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대주주가 7000여 명이며, 이들에게 매긴 상장주식 양도세는 2조100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간담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안 질문에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 자체가 투자자와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과세 대상 완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한 것이 아니란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해당 시점에는 시행령 개정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여러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이었고 최근 여러 고민을 거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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