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전세집을 구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세반환보증보험을 드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내용 증명이 임대인에게 보내졌는데, 임대인이 내용 증명을 받은 뒤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나쁘다’며 연락을 끊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잠수’를 탄 임대인으로 인해 이사를 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전세집을 알아봐야 했다.
# 또다른 20대 직장인 B씨도 최근 전세를 구하던 중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임대인이 ‘내가 전세사기를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나. 기분이 나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B씨는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내내 임대인의 기분이 상할까 눈치를 보며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요즘 임대인들의 행태가 천태만상이지만 그 궤는 같다. ‘집을 가졌다’는 사실이 권력이 되고 있다. 임대인들은 일부 ‘악성 임대인’으로 인해 자신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을’이 되는 것은 언제나 임차인이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 다행인 건 정부가 임차인을 전세사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전세사기 문제 원인 및 지원 방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시세‧선순위 권리관계 등 정보를 임차인에게 충분히 제공하는 한편, 계약 시 임대인‧공인중개사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가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예방책으로 거론되는 만큼 정부가 제도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보증금을 보상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면 임차인의 권리가 조금이나마 보호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의 말처럼 공인중개사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A씨는 계약 도중에 집주인이 잠수를 탔는데도 수수방관하는 공인중개사의 태도를 보며 깊은 불신을 느꼈다고 한다. 그나마 내년부터 전월세 계약 때 공인중개사의 인적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의무화되는 등 제도가 강화된다고 한다. 공인중개사에게 부동산 계약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공앤중개사가 허위 정보를 신고한다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는 부족하다. 특히 현재와 같은 부동산 하락기엔 이른바 ‘깡통 주택’이 속출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진다. 정부가 서둘러 임차인을 위한 제도를 내놓길 희망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