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한 달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풍향계’라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 매출이 6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하반기 들어 업황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진단을 마이크론이 확인해준 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도 호전됐을 것이라는 전망에 탄력이 붙게 됐다.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이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회계연도 1분기(2023년 9~11월)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40억8500만달러) 대비 15.69% 늘어난 47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개 분기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줄었지만 이번 분기에는 반등한 것이다. 전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제시한 매출액 전망치(44억달러)보다도 늘었다. 영업손실은 11억2800만달러로, 2023회계연도 2분기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회복은 메모리 업계 감산과 함께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시장 내 재고가 줄면서 마이크론의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보다 10% 안에서 올랐으며 낸드 ASP는 약 20% 상승했다.
전반적인 시장 가격도 10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3.33% 오른 1.55달러다. 2021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인 지난 10월 처음으로 가격이 오른 뒤 두 달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메모리카드와 USB용 낸드 범용 제품 가격도 두 달 연속 올라 지난달 4.09달러를 기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PC와 모바일, 자동차 등 시장 전반에서 대부분의 고객사 재고가 정상 수준이거나 그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센터 고객의 재고도 개선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 중 정상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마이크론의 이같은 실적 개선이 반도체 업황 회복세를 살피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작년 10월부터 반도체 매출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서 올해까지 흐름이 이어졌지만 최근 업계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현재는 공급 측면에서 감산 효과로 가격이 오른 상황으로, 향후 수요까지 증가세로 돌아서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4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18조8710억원에서 20조140억원으로 수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 4분기 매출 전망치는 10조3095억원이다. 이는 3개월 안에 나온 증권사 전망치를 평균화한 값으로, 1개월로 좁혀 보면 10조3341억원으로 늘게 된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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