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선물 상품 올해 1100억 순매수…지난해 8배↑
日 마이너스 금리 정책 장기화…“정상화 확인 후 매수”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 강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화 가치는 연초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종료 기대감이 식어가는 가운데 예상보다 엔저(엔화 가치하락)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전날인 20일까지 국내 유일한 엔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11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ETF의 지난해 개인 순매수 규모는 157억원으로 약 8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해당 ETF는 이 기간 7.9%(9430→8685원)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일본은 그동안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꾀하는 초저금리 금융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졌고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이는 역대급 엔저와 함께 향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을 때 환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를 자극시켰다.
지난달 중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2엔에 육박해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엔화 가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예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거주자 엔화 예금은 전월보다 13억1000만 달러 늘어난 99억2000만 달러를 기록,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60억8000만 달러) 대비로는 62.3% 늘어 10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의 엔화 예금 상품은 예금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음에도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최근 들어 투자 분위기는 더욱 활발해졌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향한 신호를 보이고 유일하게 마이너스 기준 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진 영향이다. 이에 엔화 가치는 이달 들어 달러당 140엔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은 지난 19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회의 결과에 따른 실망감이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엔·달러 환율은 다시 143엔대 중반으로 내려간 상태다.
반면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은 높은 수익을 내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제조업 기반 수출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 차익으로 인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주요 주가지수인 니케이 225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일본니케이225’는 연초 이후 24.6%(1만4830원→1만8480원)의 수익률을 거뒀고 일본 TOPIX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ACE 일본TOPIX레버리지(H)’는 58.7%(1만9970원→3만1690원)의 수익률을 올렸다.
시장에선 엔화 가치의 반등 시점이 늦어지면서 관련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이 내년 춘계 노사협상(춘투)을 확인한 뒤 4월에 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후로 밀릴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중장기적인 목표 하에 당장 정상화가 시급하지 않다는 점에서 4월 이후로 정상화를 미룰 유인이 충분하다”며 “엔화는 선제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일본은행이 정상화를 단행하는지 확인한 후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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