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추진했던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의 인수가 무산됐다. 카카오페이의 대주주인 카카오에서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는 것이 화근이 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미국 종합 증권사인 시버트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 변경 사항을 전날 공시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해외 진출을 위해 지난 4월 시버트 지분 51%를 두 차례에 걸쳐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인수 금액은 약 1039억원이었다. 5월 1차 거래를 통해 19.9%를 확보했고, 내년 중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버트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기로 했고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10개 분기에 걸쳐 65억원의 합의금을 카카오페이에 지급하기로 했다. 거래는 결렬됐으나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진행된 1차 거래를 통해 보윻나 19.9% 지분과 시버트 이사회 구성원 자격을 유지한다. 카카오페이는 “앞으로도 이사회 멤버로 지속적인 협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된 데에는 모회사인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발단이 됐다. 검찰은 지난 10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를 기소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이사, 법무법인 변호사 2명 등 총 6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버트는 지난달 카카오에 “2차 거래를 하기 어려운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했다. 시버트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를 보면 시버트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한국 감독당국이 카카오페이 모기업 카카오에게 조치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결과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카카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럽 최대 차량 호출·택시 플랫폼 ‘프리나우’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버트 인수 결렬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시버트는 과거 1967년 종합증권업에 진출한 미국 소재 금융사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있다. 6개 자회사와 함께 증권 트레이딩·투자 자문·기업 주식 계획 관리 솔루션 등을 포함한 중개·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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